이란 최고지도자 "이슬람권 일부, 미·이스라엘에 종속"

입력 2019-04-15 21:59
이란 최고지도자 "이슬람권 일부, 미·이스라엘에 종속"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해 일부 이슬람 국가가 종교적 가르침 대신 미국과 이스라엘에 종속됐다고 비판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날 테헤란에서 폐막한 국제쿠란암송대회에 참석해 "불행히도 일부 이슬람 국가 지도자가 쿠란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다"며 "그들은 불신자에 강고하게 맞서는 대신 미국과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종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멘과 시리아에서 보듯이 그들은 남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고 전쟁과 분열을 조장하고 무슬림을 학살한다"며 "아랍 국가의 많은 지도자가 바로 그런 이들이다"라고 지목했다.

그는 "오늘도 예멘은 계속 폭격당하고 있다. 누가 폭격하는가. 불신자인가. 아니다. 무슬림이 예멘을 폭격한다. 최소한 무슬림인 척하는 자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국가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예멘을 거론한 만큼 예멘 내전에 군사 개입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국영방송은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연설을 보도하면서 지난 수년간 사우디와 UAE 등 일부 아랍 국가의 지도자가 팔레스타인을 외면하고 이스라엘과 관계를 맺으려고 공개, 비공개로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장관이 지난해 체육 행사를 명분으로 UAE를 방문했고, 이란을 '공적'으로 삼아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정황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요르단, 이집트 등 일부를 제외하고 중동 이슬람권은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또 "일부 이슬람권과 달리 이란은 쿠란을 정책 결정의 중심에 놓는다"며 "이란을 향한 적들(미국, 이스라엘)의 적대가 어느 때보다 크고 강하지만 이는 그들이 죽기 직전에 겪는 고통이다"라고 주장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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