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선 결선 앞두고 포로셴코-젤렌스키, 공개토론 '신경전'
포로셴코 제안 토론장에 젤렌스키 안나와…대신 "결선 이틀전 토론하자"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대선 결선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결선에 진출한 페트로 포로셴코(53) 현 대통령과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 두 후보가 공개 토론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2014년 집권해 5년의 통치 경험을 가진 포로셴코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젤렌스키에 비해 공개 토론에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1차 투표에서 두배 가까운 표 차로 포로셴코를 누른 젤렌스키가 최대한 토론을 늦추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후보는 토론 장소와 시기를 두고 계속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14일 오후(현지시간) 앞서 젤렌스키에게 제안한 대로 공개 토론을 위해 수도 키예프 시내 '올림픽' 스타디움에 나와 약 1시간 동안 기다렸으나 젤린스키는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젤렌스키는 대신 결선투표 이틀 전인 19일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토론을 하자고 역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이에 포로셴코는 19일 토론안을 수용하면서도 토론 장소는 올림픽 스타디움이 아닌 공영방송 스튜디오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선거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야외 경기장을 토론장으로 잡을 경우 연예인 출신으로 각종 공연에 익숙한 젤렌스키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포로셴코는 이날 젤렌스키가 끝내 스타디움에 나타나지 않자 기자회견으로 토론을 대신했다.
그는 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자루안에 든 고양이'(모호한 것)를 사길 원치 않는다. 진정한 대통령과 군최고통수권자를 뽑아야 한다"며 통치 경험을 쌓은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포로셴코는 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EU) 가입은 현실적인 것이라면서 당선되면 2023년에 두 기구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은 이미 결정했다. 과반이 나토 가입을 지지하며 3분의 2가 EU 가입을 지지한다"면서 "(젤렌스키가 주장하는) 국민투표안은 우리가 유럽의 일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일부러 늦추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국민투표에 반대하지는 않으며 국민투표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는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 등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국민투표론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저지하려는 러시아가 지지하는 것으로 국민투표 과정에 러시아의 '공작'이 작용할 경우 투표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
포로셴코는 이어 젤렌스키를 향해 "토론을 피하지 말고 나와서 국민들에게 (자신의) 계획과 프로그램을 얘기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올림픽 스타디움엔 포로셴코 지지자 수천명이 모였다.
지난달 말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선 1차 투표 결과에 따르면 젤렌스키 후보는 30.2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해 포로셴코 현 대통령(15.95%)을 눌렀다.
두 후보는 오는 21일 결선투표에서 자웅을 겨룰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선거법에 따르면 대선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1, 2위 득표자가 2차 결선투표를 치러 당선자를 가리게 된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