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모교여서?…중문중 다목적강당 건립 논란
일부 주민 부정청탁 의혹 수사 요청…공사 중지 가처분신청도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원희룡 제주지사 모교인 서귀포 중문중학교에 예산 50억원을 들여 다목적강당(제2체육관)을 신설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문동 주민 김모씨 등 4명은 "중문중 다목적강당 신축 과정에서 학교 운영위원장과 원 지사 간에 부정청탁 정황이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주지방경찰청에 제출해 수사를 요청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또한 이날 법원에 중문중 다목적강당 신축 공사 등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이들은 "중문중 운영위원회는 이미 중문중에 체육관이 있음에도 수차례 교육청에 체육관과 급식실 용도의 다목적강당 신축예산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교육청은 이미 중문중에 체육관과 급식실이 있고, 아직 체육관이 없는 학교도 있어서 예산 지원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2016년 6월 30일 운영위 회의록에는 '(같은 해 7월 2일) 총동문회에서 원 지사에게 40년이 넘은 체육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내용이 기록돼있다며 "이는 도지사 출신 학교인 점을 이용해 부정한 청탁을 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또한 2016년 12월 23일 운영위 회의록에 체육관과 급식실 예산 50억원이 확보돼있다는 내용이 적시됐고, 이후 2017년 3월 14일 도가 중문중에 보조금을 신청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 "보조금 지급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영위는 예산이 확보된 것으로 보고 신축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아직 체육관조차 없는 학교들을 비롯해 열악한 환경에서 예산 지원을 기다리는 수많은 학생의 박탈감을 참작해 다시는 불필요한 곳에 낭비되는 혈세가 없도록 엄정히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제주도의회에서도 지적됐었다.
지난해 10월 25일 도 특별자치행정국 등을 대상으로 한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홍명환 의원은 원 지사가 중문중을 졸업한 사실을 언급하며 "주민들은 '중문이라는 작은 마을에 이미 체육관이 4개나 있는데 왜 굳이 5개를 만드느냐'고 한다. 제주에 한 마을에 체육관 5개 있는 데가 어디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김현민 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2016년 서귀포시와 (색달동)마을회가 색달동 쓰레기매립장과 관련해 협약을 하면서 중문중 다목적강당 신축비를 지원해달라고 해서 서귀포시가 도에 요청해 예산을 편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0월 22일에는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성명을 통해 "형평성을 상실한 중문중 제2체육관 건립은 불공정한 선심 행정"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중문중 체육관은 안전진단 결과 B등급으로 사용에 불편이 없으며 중문에는 이미 4개의 체육관이 있다"며 "도내 많은 초등학교에 체육관이 없는 상황에서 제2체육관까지 짓는 것은 형평성을 상실해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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