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란 무역전담회사 인스텍스 출범 뒤 석달째 '공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유럽과 이란의 무역 금융을 전담하는 회사 '인스텍스'(INSTEX)가 출범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실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인스텍스는 미국이 지난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핵합의 서명 당사자인 유럽연합(EU)이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이란과 협의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V)이다.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지 않고 유로화와 이란 리알화로 무역 대금 결제를 대행해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회사가 미국의 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었다.
애초 지난해 11월 가동하기로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올해 1월에서야 프랑스 파리에서 법인 설립을 신고하고 준비를 마쳤다.
초기에는 식료품, 의료기, 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물품 교역으로 시작해 점차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결제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설립 신고 이후 이를 통해 유럽과 이란의 교역이 이뤄진 적은 없다.
양측은 가동을 위해 여러 차례 실무자가 접촉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EU 측이 이란에 대해 자금세탁, 테러자금 지원을 막는 정책적 조처를 해야 한다는 선행 조건을 요구하면서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 정부는 인스텍스의 가동을 위해 지난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가입을 위한 법안 4건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상원에 해당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두 차례 이를 반려하면서 의회에 계류됐다.
이란 정부는 동시에 FATF 가입과 인스텍스의 가동을 연결하면서 뒤로 물러선 EU에 강하게 항의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4일 "인스텍스 가동이 지연되는 데 대해 유럽의 핵합의 서명국(영·프·독)은 더는 핑계를 대지 말고 해야 할 일을 당장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이란이 계속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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