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큰 틀 합의뒤 단계적 이행 입장…'굿 이너프 딜'과 접점"
아산정책硏, 아산플래넘 2019 앞두고 간담회…"韓중재자 입지 좁아져"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미국이 당장은 '빅딜'을 얘기하지만, 북한과 비핵화의 최종 상태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한 뒤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한국 정부의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합의)과 접점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15일 서울 종로구 연구원에서 개최한 '아산플래넘 2019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의 비핵화 방안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신 센터장은 "앞으로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이 접점을 확대 해석하면서 공간을 만들어 북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 센터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공동 발표문이 나오지 않은 점으로 봤을 때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굿 이너프 딜' 등 중재안에 대한 미국 측 지지를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양자 정상회담에서는 양측의 입장을 정리한 발표문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는 데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게 신 센터장의 주장이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재진과 질문·답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굿 이너프 딜'의 핵심 요체를 모두 거부했다며 "한국 정부가 내놓은 중재안에 대한 공감대는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다양한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으나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빅딜은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해 한국 정부의 '굿 이너프 딜'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국은 북미가 비핵화의 최종상태에 포괄적으로 합의한 뒤 이행은 '스몰 딜'이 아닌 '굿 이너프 딜'로 하자는 구상을 갖고 있다. 미국의 일괄타결에 가까운 '빅딜'론과 북한의 '스몰 딜' 사이의 절충점인 셈이다.
최강 연구원 부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뒤집을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북미가 팽팽한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중재자적 입지는 굉장히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북미 간 입장차가 클수록 한국의 중재력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연구원이 이달 23∼2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개최하는 '아산플래넘 2019'에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폴 월포위츠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 대행 등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 100여명이 연사로 참여한다.
함재봉 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역사적으로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어 왔는데 요즘은 그런 상황이 더욱 첨예화됐다"며 "선택지가 좁혀지고 있는 현재 상황을 직시하자는 차원에서 한국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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