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항공기 시험비행 성공…'하늘의 인공위성 발사대'

입력 2019-04-14 08:46
수정 2019-04-15 11:19
세계 최대 항공기 시험비행 성공…'하늘의 인공위성 발사대'

동체 2개에 날개폭 117m…축구장 사이드라인보다 길어

상업 위성 시장 초미의 관심…위성 발사 비용 낮출 듯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트래토론치 시스템즈가 개발한 세계 최대 크기의 제트기 '스트래토'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공항·우주항에서 성공적인 첫 시험비행을 마쳤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스트래토는 이날 2시간 반 동안 비행하며 시속 약 173마일(시속 278㎞)까지 속도를 높이고 1만5천 피트(4.6㎞) 높이까지 올라간 뒤 무사히 귀환했다.

스트래토는 '하늘을 나는 인공위성 발사대'다.



매머드급 체구의 이 제트기는 로켓을 장착한 인공위성을 싣고 날아오른 뒤, 공중에서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린다.

외관부터 독특하다. 거대한 날개에 두 개의 동체가 달린 형태다. 날개 길이만 117m로 국제 규격의 축구 경기장 사이드라인(100∼110m)보다 더 길다. 지구상의 어떤 비행기보다 긴 날개를 가졌다.

동체 길이도 72.5m에 이르고 조종석도 동체마다 하나씩 달려 있다. 착륙용 바퀴가 28개, 엔진이 6개나 되고, 무게는 227t에 이른다.



튼튼하면서도 가볍게 만들기 위해 알루미늄 대신 탄소섬유 소재를 썼고, 비용 절감을 위해 보잉 747용으로 설계된 엔진과 바퀴를 사용했다. 다만 스트래토의 제작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시험비행 현장에는 수십 명의 사진사와 우주항공 애호가, 산업계 블로거 등이 나와 첫 비행을 지켜봤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사진을 제공하는 잭 바이어는 "사람들이 스트래토의 첫 비행에 관심을 갖는 것은 미래를 보고 싶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사람들이 매년 애플의 기조연설에 귀 기울이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성능과 안전성이 검증되면 스트래토는 소형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10.7㎞ 고도로 날아오른 뒤 비행기에서 그대로 로켓에 탑재된 위성을 우주 궤도로 발사한다.

로켓은 483∼1931㎞ 상공에서 위성을 전개한 뒤 땅으로 추락하며 유성처럼 불타버리게 된다.

이렇게 발사된 저궤도 위성은 지상의 오지 등에 통신과 광대역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지구 관측·정찰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상업위성 발사 시장이 2024년까지 7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트래토론치 시스템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설립자인 폴 앨런이 2011년 설립한 회사다. 앨런은 스트래토의 첫 비행을 보지 못한 채 지난해 10월 숨졌다.

전 세계적으로 우주탐사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 같은 제트기 발사형 인공위성은 전통적인 로켓 발사 방식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로켓 발사대나 이를 위한 고가의 장비, 각종 인프라 등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로켓보다 연료 비용도 적게든다.

악천후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 폭풍이 불면 로켓 발사를 중단해야 하지만 비행기는 구름 위로 날아올라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

CNN은 "스트래토론치는 이제 겨우 한 번 비행했을 뿐이지만 이미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그리고 그의 버진오빗과 경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진오빗은 '론처원'이란 이름으로 개조한 보잉 747-400 항공기를 이용해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발사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버진오빗은 올해 중반께 첫 비행을 할 계획이다.

CNN은 "스트래토론치는 군사·민간 기업은 물론 NASA에도 더 경제적인 우주 비행을 제공한다는 목표"라며 "제트기를 이용한 인공위성 발사는 새로 부상하는 우주항공 업계의 트렌드"라고 전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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