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압박 흑역사…연준 핵심인사 과거 인터뷰 공개

입력 2019-04-14 07:04
美 금리압박 흑역사…연준 핵심인사 과거 인터뷰 공개

그린스펀·볼커 前의장, 역대 미 대통령 금리압박 사례증언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역대 미 대통령들의 연준에 대한 압박 증언이 공개됐다.

연준은 2013년 '연준 100주년'을 앞두고 과거 연준 핵심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내용을 최근 공개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2009년 이뤄진 연준 인터뷰에서 1971년 닉슨 행정부과의 일화를 공개했다.

당시 백악관 보좌관이던 찰스 콜슨은 '닉슨 대통령이 아서 번즈 연준 의장에게 인플레이션과 싸움을 그만두도록 설득할 것을 원하고 있다'면서 그린스펀에게 역할을 주문했다.

그린스펀은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번즈 의장의 책상에는 각각 전화기가 놓여있다. 그들이 서로 통화할 수 있다"면서 당시 콜슨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콜슨은 "당신이 이해를 못 하고 있다. 닉슨 대통령은 번즈에게 직접 얘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번즈 의장이 (어떤 형태로든) 닉슨 대통령의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1979년에서 1987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낸 폴 볼커 전 의장은 2008년 인터뷰에서 1980년대 백악관에서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제임스 베이커 비서실장을 만난 일을 공개했다.

볼커 전 의장은 당시 베이커 실장이 1984년 레이건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앞두고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말 것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WSJ은 볼커 전 의장은 재임 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두 자릿수로 인상했고, 이는 경기침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볼커 전 의장은 백악관 참모들은 레이건 대통령에게 연준과 자신을 비판하라고 촉구했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결코 공개적으로 자신을 비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연준 이사를 지낸 로렌스 메이어는 2010년 인터뷰에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의 연준 이사직 인터뷰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당시 그린스펀 의장에 대한 견제를 위해 자신을 지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메이어는 "당시 그린스펀 의장은 높은 기준금리를 지지하는 매파로, 나는 낮은 금리를 지지하는 '비둘기파'로 여겨졌다"면서 "클린턴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나를 '평형추'로 인식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메이어는 그러나 1996년 재닛 옐런(전 연준 의장)과 함께 그린스펀 당시 의장을 찾아가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촉구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우리의 요구는 그린스펀 의장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앨런 전 의장도 2012년 인터뷰에서 "그린스펀 의장에게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결국 깨달았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그린스펀 의장의 판단이 옳은 것으로 판명됐다. 되돌아보면 내가 틀렸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역대 미 대통령 중에서도 연준의 금리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경우도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은 상당히 노골적이고 공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연준 이사 후보로 허먼 케인(74), 스티븐 무어(59)를 내세운 것과 관련해서도 파월 의장을 견제하고, 자신의 '거수기'를 연준에 심으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 버지니아주 리스버그에서 민주당 하원의원들과 비공개 면담한 자리에서 "정치는 언제 금리를 올릴 것인지에 관한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연준은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압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 전한 바 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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