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6초 전 결승포 양동근 "이제 관둘 때 됐구나 싶었는데…"

입력 2019-04-13 17:34
종료 6초 전 결승포 양동근 "이제 관둘 때 됐구나 싶었는데…"



(울산=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5점 앞선 상황에서 제가 실책해서 공을 뺏겼거든요. 그때는 정말 관둘 때가 됐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베테랑 양동근(38)이 팀을 천 길 낭떠러지에서 구해냈다.

현대모비스는 1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1차전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종료 6초를 남기고 터진 양동근의 3점포로 98-95 승리를 거뒀다.

양동근의 한 방이 아니었다면 현대모비스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가시밭길'을 걸을 뻔했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처음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전자랜드는 4강에서 창원 LG를 3-0으로 완파, 기세가 최고조에 오른 팀이다.

게다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 위기에서 전자랜드 벤치에 찬물을 끼얹은 선수가 바로 '백전노장' 양동근이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이기면 KBL 선수 최초로 6회 우승을 달성하게 되는 양동근은 기자회견에서 "이겨서 좋은데 반성할 것 투성이인 경기였다"고 좀처럼 얼굴에 웃음을 띠지 않았다.

그는 "막판에 5점을 이길 때 제가 실책을 범해서 팀에 너무 미안했다"며 "강상재 3점 슛까지 들어가고 나서는 '오늘 큰일이다. 관둘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찔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현대모비스는 종료 1분 전까지 95-90으로 앞섰지만 양동근의 실책이 강상재의 속공으로 연결되며 95-92가 됐고, 이후 종료 29초 전에 다시 강상재에게 3점포를 내줘 동점까지 허용했다.

양동근은 결승 3점 슛 상황에 대해 "함지훈이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가 안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저에게 기회가 걸릴 것 같았다"며 "함지훈, 이대성이 만들어준 슛이었고 타이밍 상으로도 들어갈 상황이었다"고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다만 "이기고 나가다가 실책이 나오는 점을 고쳐야 한다"며 "정규리그 막판에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어졌는데 왜 결승에서 또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운 마음도 털어놨다.

체력을 우려하는 주위 시선에 대해서는 "정규리그 50경기 넘게 뛰었는데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코트에 뛰는 10명 중에 순간적으로 쏟는 에너지는 세 손가락 안에 들 자신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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