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할머니' 2억 기부금, 은평병원 환자 위해 쓰인다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에 활용…"조금이나마 도움 되길"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팥죽 할머니' 김은숙(80) 씨가 내놓은 기부금 2억원이 서울시 은평병원 환자들을 위해 쓰인다.
서울시 은평병원은 김씨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탁한 2억원으로 올해부터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비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서울 삼청동에서 40년 넘게 단팥죽 가게를 운영해온 김씨는 꾸준한 기부 활동으로 지난해 7월 다른 기부자 9명과 함께 김정숙 여사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씨는 2009년부터 매월 약 300만원씩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판 돈을 고스란히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이 중 2억원이 김씨의 의사에 따라 은평병원으로 전달됐다.
신경 장애를 입은 김씨의 딸이 은평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온 게 계기가 됐다.
김은숙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환자 본인과 가족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다른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직영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병원인 은평병원은 환자의 39%가 의료비 부담이 큰 취약계층이다. 특히 정신과 질환은 만성이 되는 경우가 많아 진료비 부담이 매우 크다.
은평병원은 기부받은 2억원으로 2021년까지 본인부담금 지불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게 의료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자치구 및 정신건강복지센터와도 협력해 지역 내 환자를 연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은평병원은 최근 김씨를 초청해 사업 시작을 알리는 현판식을 열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남민 은평병원장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당사자와 가족이 진료비 걱정 없이 병원을 방문할 기회를 확대하게 됐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서울시의 '서울케어-건강돌봄'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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