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고 생각해"…이정후를 깨운 이종범 코치의 한마디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바람의 손자'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시즌 2년 차 징크스를 훌륭하게 비껴갔다.
10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5를 기록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프로야구 신인선수들이 데뷔 2년 차에 부진의 늪에 빠진다는 '2년 차 징크스'를 보기 좋게 이겨냈다.
그러나 이정후는 3년 차가 된 올 시즌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교한 타격감은 무뎌졌고, 파워도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정후는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 전까지 타율 0.231에 그쳤다.
일각에선 이정후가 2년 차 징크스를 조금 늦게 겪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인구 교체, 쌀쌀한 날씨 등 외부요인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정후도 답답했다. 그는 최근 아버지인 이종범 LG 트윈스 2군 총괄코치에게 "야구가 잘 안 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종범 코치의 답변은 의외였다.
"그냥 올 시즌은 망했다고 생각해."
매몰차게 들릴 수 있는 한 마디였지만, 이종범 코치의 조언은 이정후에게 큰 힘이 됐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현재 성적에 너무 마음 쓰지 말고 편안하게 타격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음이 가벼워진 이정후는 한화전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박주홍을 상대로 우중간 3루타를 터뜨리며 멋지게 출발했다.
그리고 2-3으로 뒤진 7회말 2사 2루에서 바뀐 투수 이태양을 상대로 경기를 뒤집는 우월 투런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키움은 이정후의 홈런에 힘입어 5-3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만난 이정후는 "앞으로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타석에 임하겠다"며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신 아버지와 동료 선배들, 코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김하성 선배가 최근 안아주며 자기의 기운을 모두 가져가라고 했는데, 특별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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