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 부가가치 창출력 주요국 하위권…개선세도 부진"
한은 보고서 "서비스 투입 비중 높이고 고부가가치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인 전자산업의 부가가치 창출력이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컴퓨터, 스마트폰을 생산할 때 중간재 등 공산품이 많이 투입되고 투입 단가도 비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3일 한국은행 국민계정리뷰 제1호에 실린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구조' 보고서를 보면 2014년 전자산업 부가가치율은 27.9%로 중국(16.5%) 다음으로 가장 낮았다.
부가가치율이란 총 투입액 대비 부가가치 총액으로, 이 수치가 높으면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크다는 뜻이다.
전자산업이 발달한 한국, 미국, 일본, 핀란드, 중국, 대만 6개국 중 미국(69.2%)이 1위였다. 핀란드(38.8%), 일본(37.4%), 대만(36.9%)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5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 이후 부가가치율이 20% 중후반에서 머무르는 등 개선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애플 등을 중심으로 원자재 투입 비중이 낮아지고 단가도 비싸지 않은 영향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서비스보다는 공산품 투입에 의존하는 생산구조인 데다 공산품도 국산 비중이 높지 않은 점이 배경으로 꼽혔다. 서비스업은 공장 설비나 원재료·중간재 투입 없이 생산 활동을 할 수 있어 부가가치율이 높다.
한국 전자산업의 서비스 투입 비중은 10.5%로 대만(4.2%) 다음으로 낮아 비교 대상 6개국 중 5위였다.
반면 공산품 투입 비중은 58.2%로 중국(67.7%) 다음으로 높았다.
한국은행 정영호 과장은 "제품 생산에서 중간 투입이 많아지면 영업이익 등 부가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생산에 투입되는 공산품에서 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68.6%로 높지 않았다. 국산품 비중이 높으면 제품을 만들 때 국내 다른 산업에서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할 수 있다.
국산 공산품 비중은 중국(81.6%), 일본(74.8%), 미국(59.8%), 대만(55.7%), 핀란드(40.5%) 순이었다.
전자산업의 생산유발 효과는 높지만, 이 효과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비중은 낮았다.
최종수요 1단위가 발생했을 때 전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생산의 크기인 생산유발계수는 3.067로 중국(3.798)에 이어 2위였다.
다만 자국 내 생산유발 비중은 66.2%로 미국(83.1%), 중국(80.6%), 일본(75.8%) 등 경쟁국보다 뒤졌다.
전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생기는 부가가치의 크기를 측정한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948로 꼴찌였다. 국내에서 생기는 비중도 64.1%로 주요국 중 5위였다.
전자분야 기업들이 연구개발, 디자인, 설계 등을 아웃소싱을 주기보다 자체 인력을 활용해 해결하면서 다른 산업에 미치는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낮은 것으로 풀이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은행 권태현 부장과 정영호 과장은 "한국 전자산업은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낮고 개선세도 부진하다"며 "산업이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투입구조의 서비스화, 핵심부품의 국산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 내부에서 이뤄지는 연구, 디자인, 설계와 같은 고급 서비스를 아웃소싱 방식으로 전환해 관련 서비스업의 시장 확대와 경쟁력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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