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지에 밀려든 헌옷 구호품 '갑론을박'

입력 2019-04-12 11:03
산불 피해지에 밀려든 헌옷 구호품 '갑론을박'

고성군 "충분한 양 접수됐고 감당하기 힘든 실정"

(고성=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지난 4일 발생한 산불에 피해를 본 이재민들을 위한 구호품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상에서 헌옷 논란이 일고 있다.

산불을 피해 몸만 빠져나온 이재민들이 입을 것이 없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국민들이 헌옷을 챙겨 구호품으로 산불지역에 보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누군가가 올린 '헌옷을 보내자'는 내용의 글이 SNS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헌옷이 밀려들자 급기야 해당 자치단체가 '제발 헌옷 좀 보내지 말라'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고성군은 지난 10일 블로그에 '고성군 산불피해에 도움을 주시고자 하는 분께 안내해 드립니다. 제발 헌 옷 보내지 마세요..ㅠㅠ'라는 글을 올렸다.



고성군은 "지난 9일부터 헌옷 등 산불피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구호품을 보내달라는 내용이 여러 명에게 공유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잘못된 정보로 많은 분이 정성스럽게 헌 옷을 보내오셨지만 그중 대부분이 쓰이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헌옷 관련 전화문의도 많이 들어와 정작 필요한 구호 물품을 접수하는 전화를 받지 못하는 해프닝도 생기고 있다. 고성군은 온라인으로 구호 물품을 요청한 적이 없다"라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파악하고 있으며 헌옷 등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와 보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성군의 이 같은 입장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재민들을 돕고자 보내는 것인데 보내지 말라니 너무 한 것 아니냐" "헌옷을 보내는 것은 좀 그렇지 않느냐"는 반응이 뒤섞여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입을 옷이 없다는 방송뉴스를 보고 나름대로 괜찮은 옷을 골라 보냈는데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하니 기분이 좋지 않다"며 "돌려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배가 불렀다, 도와주지 말자"라고 불쾌해했으며 "당장 입을 옷이 부족하다는 뉴스에 아내가 급하게 옷들을 싸서 보냈는데 누구 얘기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은 "아무리 구호품이라 해도 입던 옷을 보내는 것은 좀 그렇지 않느냐", "입지 못할 정도의 옷까지 보내 오히려 자원봉사자들의 일거리만 만들어주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반론을 펴는 등 갑론을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성군 관계자는 "충분한 양이 접수됐는데도 계속해 많은 물량이 들어오다가 보니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어서 애로사항을 블로그에 올린 것"이라며 "구호품을 보내주신 분들의 고마운 마음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SNS상에 유포되는 글도 누군가가 이재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올린 것으로 보이나 해당 글이 확산하면서 고성군이 올린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mom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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