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 ⑥ "트라우마센터 권역별 설치, 심리지원 확대해야"(끝)

입력 2019-04-14 09:16
[세월호 5주기] ⑥ "트라우마센터 권역별 설치, 심리지원 확대해야"(끝)

지난해 4월 국가트라우마센터 개소…피해자 안정화에 '긍정적'

전국 재난에 한계, 지역에도 필요…"적극 돕는 사회 분위기도 있어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세월호 이후에도 제천 목욕탕 화재, 강원도 산불까지 재난은 끝나지 않습니다. 숱한 재난 속에 트라우마 피해자를 위해 국가적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준비된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 5년이 지났다.

생존자와 유족에게는 잊히지 않는 기억이자 상처다. 이들의 트라우마는 단순히 치유됐다거나 좋아졌다기보다는 '일상에 적응했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재난과 사고 발생 시 국가가 치료를 지원하는 트라우마센터 건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지난해 4월 국립정신건강센터 내 국가트라우마센터가 문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재난 피해자의 심리적 치료와 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남아 있는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부장대행(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심리적·정신적 치료와 지원을 위한 국가적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실제 센터 개소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가장 큰 발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 확충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가 평상시에도 전쟁과 재난에 대비하듯 재난 후 피해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심 부장대행은 "재난은 수도권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중앙에서 모두 커버할 수 없는 만큼 최소한 권역별로 트라우마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 단원고등학교의 스쿨닥터였던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

김 원장은 "세월호 이후에도 메르스, 제천 목욕탕 화재, 포항 지진 등 지역에서 재난이 잇따르고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료 지원을 위한 해바라기센터가 권역별로 있듯 트라우마센터 역시 확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 초기 중앙에서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역사회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며 "재난 피해자들이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역에도 준비된 트라우마 지원 체계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사회 분위기가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상당수의 대형 재난 피해자들은 주변의 시선 등으로 인한 2차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주위 사람들이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우울감으로 치부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연정 순천향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직도 트라우마를 개인이 극복할 문제라고 생각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트라우마를 겪은 피해자들은 치료를 요청하기조차 쉽지 않은 만큼 주위에서 각별히 살피고 이상 증상을 알아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부장대행은 재난 피해자들을 '잠시 주저앉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메르스, 대형 화재 등 재난을 겪은 피해자들은 잠시 주저앉은 것뿐 주위에서 돕는다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사회 전체에도 이로운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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