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모' 체외수정 기술, 난임 치료에도 성공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미토콘드리아 질환이 있는 여성이 자녀에게 이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영국에서 개발된 이른바 '3부모' 체외수정 기술이 난임 여성에게도 사용돼 아기를 낳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스와 스페인 연구팀은 일반적인 체외수정(IVF)에 4번 실패한 32세 여성에게 모체 방추 이식(MST: maternal spindle transfer)을 통해 체중 2.9kg의 남아를 출산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 등이 11일 보도했다.
그리스의 불임 클리닉 생명 연구소(Institute of Life)와 스페인의 불임 클리닉 '엠브리오툴'(Embryotools)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 실험으로 태어난 아기와 산모는 모두 건강하다고 '엠브리오툴'의 누노 코스타-보르헤스 박사는 밝혔다.
MST는 한 여성의 난자에서 전체 유전자의 99% 이상이 들어있는 핵을 빼 다른 여성의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한 뒤 정자와 수정시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원래 세포의 핵 바깥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에 결함이 있는 여성이 자녀에게 이 결함이 옮겨가지 않도록 영국에서 처음 개발된 것인데 이 기술이 원래 목적이 아닌 난임 치료에 사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역할을 수행하며 세포핵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DNA를 지니고 있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는 전체 유전자의 1%도 안 된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세포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기능뿐이며 외모나 성격 등 인간의 특징을 지정하는 유전정보는 모두 세포핵 DNA에 포함돼 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로부터만 자녀에게 유전된다. 미토콘드리아 DNA가 변이되고 이것이 자녀에게 유전되면 근이영양증 같은 갖가지 심각한 대사질환이 발생한다.
이 기술을 난임 치료에 이용한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가 임신 성공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면서 따라서 난임 치료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질병의 유전을 막는 수단이 아닌 불임 치료에 이용한다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 연구팀은 현재 난임 여성 2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방식으로 8개의 배아를 만들었다. 이 배아들은 자궁에 이식될 예정이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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