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혈통' 최룡해, 당·정 모두 장악하며 '2인자' 공식화(종합)
당 상무위원에 신설 국무위 제1부위원장·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까지 맡아
건강 이상 따른 '업무부담 줄이기' 관측도…후임 조직지도부장에 리만건 유력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신설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오르는 동시에 21년 만에 교체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도 차지했다.
북한 '빨치산 혈통'의 대표 인물인 최룡해는 지난 2017년 노동당 제7기 제2차 전원회의 이후 노동당 간부·당원을 포함해 전 주민에 대한 장악·통제와 인사권을 가진 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아왔다.
그러다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관할하는 핵심 국정기구인 국무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최룡해가 이번에 맡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그동안 북한 직제상 없던 직위다. 기존 국무위원회 편제에서는 최룡해와 박봉주 전 내각총리가 함께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이 헌법을 '수정보충'하면서 새로 만든 자리로 보인다. 최룡해가 노동당에 이어 국가기구에서도 김 위원장의 2인자 자리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동안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최룡해의 몫이 됐다. 올해 91세의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은 지난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은 지 2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북한 헌법상 국가를 대표하며 외교사절의 신임장을 접수해 왔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절대적인 권한을 쥐고 있음에도 의례적인 국가수반 역할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수행했다.
북한은 이번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외교적 권한을 축소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대외적 지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연로한 김영남을 대신해 새로 임명된 최룡해가 상임위원장으로서 활발한 의회 외교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최룡해는 일제강점기 중국 동북항일연군에서 싸운 이름난 빨치산 지휘관이었던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북한 내 빨치산 2세대의 명실상부한 대표 주자다.
다소 부침도 있었지만,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인민군 총정치국장, 노동당 부위원장 등 군과 당을 넘나들며 승승장구해 왔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상임위원회 위원장 직위는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 맡는게 관례"라며 "최룡해는 지위나 상징성 면에서 적임자"라고 말했다.
다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조직지도부장 자리를 내준 대신 의례적 의미가 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실권보다 상징적 위상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2일 최고인민회의 분석 자료에서 최근 공개된 최룡해의 사진에서 건강이상이 관측된다며 "과중한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지도부장에서 상징적 지위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업무 부담이 적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임명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직 이동과 함께 기존에 쓰고 있던 '감투'중 당 중앙군사위원과 당 부위원장, 조직지도부장에서는 해임됐을 것으로 연구원은 관측했다.
다만 최룡해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서 노동당의 최고 결정기구인 상무위원회 위원직은 유지한 것으로 보여 당에 이어 권력기구까지 장악한 것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한편, 전날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당 부위원장 및 부장으로 승진한 리만건은 최룡해의 후임으로 조직지도부장에 기용된 것으로 보인다.
리만건은 2016∼2017년께 당 군수공업부장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다 최룡해가 부장을 맡던 시기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이동했고, 이번에 다시 부장에 복귀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리만건의 조직지도부장 기용 가능성이 있다며, 그에게 당 정치국 위원, 당 부위원장, 중앙군사위원, 전문부서 부장, 국무위원회 위원 등 과거 조직지도부장이 가지고 있었던 직책이 부여됐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국 위원과 국무위원 호명 순서에서도 내각총리 다음 순서로 불리고 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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