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46년전 낙태 합법화…임신 후 6개월까지 허용

입력 2019-04-11 18:31
미국은 46년전 낙태 합법화…임신 후 6개월까지 허용

기념비적 '로 대 웨이드' 판결 "낙태는 사생활 보호 권리"

보수 우위 트럼프 정부 법관들 '판결 번복' 가능성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의 임신중절(낙태)까지 전면 금지한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가운데 해외 사례, 특히 낙태가 국가적 쟁점인 미국의 상황은 어떤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 판결에 따라 여성이 임신 후 6개월까지 중절을 선택할 헌법상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가장 기념비적인 판결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당시 노마 매코비라는 이름의 임신부가 낙태금지법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그는 낙태를 할 수 있는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하와이, 뉴욕, 오리건, 워싱턴 등 6개 주(州) 병원으로 갈 형편이 안되자 거주지인 텍사스주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냈다.

매코비는 당시 신분 보호를 위해 '제인 로'라는 가명을 썼고, 댈러스 지방검찰청의 '헨리 웨이드' 검사가 피고소인의 대표로 법정에 섰다. '로 대 웨이드'라는 판결 명도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1973년 1월 7대 2로 수정헌법 14조 적법 절차 조항에 따라 여성의 낙태권을 개인의 사생활 보호 권리의 하나로 포함했다.

낙태를 처벌하거나 제한하는 기존 법률이 사생활 보호와 관련한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다만, 낙태가 가능한 기간을 임신 후 6개월까지로 제한하고 임신 7개월 이후는 태아를 생명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보고 낙태를 금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로 미국 내 각 주의 낙태금지법은 사실상 소멸했다.



여성의 인권과 기본권을 보장한 낙태 합법화는 그러나 윤리·종교 문제가 결부돼 이후에도 대선을 포함한 각종 선거에서 줄곧 쟁점이 돼왔다.

사실 미국에선 낙태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잣대로 통한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체로 낙태를 찬성하는 반면에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낙태 이슈가 미국 내 사회·정치적 지형을 양분하는 '뇌관'이라 불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보수 진영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연방대법원 판결은 지난 46년간 그럭저럭 골격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앞길은 험난하다. 강력한 낙태 반대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려는 보수 진영의 공격이 더 강고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당시 "나는 생명을 존중한다. 생명을 존중하는 법관을 임명할 계획이며, 주 정부가 낙태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제도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이런 공언은 현실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보수 성향 닐 고서치·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을 잇달아 지명, 연방대법원 지형을 5대 4 보수 우위로 돌려놨다.

캐버노 대법관은 작년 8월 상원 인준을 앞두고 '로 드 웨이드' 판결이 '확립된 법'(settled law)이라며 번복 가능성을 배제했으나 판례 변경에 대한 보수 진영의 기대감은 꺾이지 않고 있다.

보수 성향의 일부 주(州)들도 낙태금지법 부활 시도에 가세했다.

아이오와주의 경우 태아에게서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째부터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이른바 '심장박동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인디애나주도 유전적 결함을 지닌 태아의 낙태까지 금지한 초강력 낙태금지법을 제정했다가 작년 법원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낙태·피임을 지지하는 비영리기구 구트마커연구소(Guttmacher Institute)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미국 내 24개 주가 낙태금지 관련 법안을 제출하거나 상원 또는 하원 중 적어도 한 곳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칸소·미시시피·유타·켄터키 등 4개 주에서는 올 1분기 중 낙태금지법이 이미 입법화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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