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사고 폐지정책 '반쪽효과'…이제 재지정평가에 관심(종합)
'수월성vs형평성' 논쟁 재현될 듯…"고입제도 법으로 규정해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헌법재판소가 11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일반고 신입생 동시선발은 합헌, 자사고와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는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자사고 운명은 이제 재지정 평가(운영성과 평가)로 갈리게 됐다.
헌재는 이날 자사고에 지원하면 일반고에 '이중지원'하지 못하도록 2017년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1조 5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자사고도 일반고와 같이 후기에 학생을 뽑도록 한 같은 시행령 80조 1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에 대해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은 5명으로 합헌(4명)보다 많았으나 위헌결정을 위한 정족수(6명)보다는 적었다.
헌재결정은 교육당국의 자사고 폐지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국정과제인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위해 고교체제개편 3단계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동시선발과 이중지원 금지는 로드맵 1단계에 해당하는데 이날 헌재결정으로 절반의 효과만 나게 됐다. 이중지원이 허용돼 '고입재수' 위험이 사라지면서 자사고 '인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로드맵 2단계인 '운영평가를 통한 단계적 일반고 전환'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42개 자사고는 올해부터 2022년 사이 운영평가에서 70점 이상(전북은 80점) 받아야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올해는 24개교가 평가받는다.
교육계는 이번 운영평가에서 자사고 지위를 잃는 학교가 상당수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자체 모의평가를 벌인 결과 올해 평가대상 학교 13곳 모두 자사고에서 탈락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운영평가로 지위를 잃는 자사고는 행정소송을 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사고 측이 평가지표가 자사고에 불리하게 구성됐다고 주장하는 상황인 만큼 법정 싸움이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고교체제개편 로드맵 3단계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 일괄·완전폐지 방안 등을 국가교육회의(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이다.
다만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도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고교체제개편 논의가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이날 헌재결정으로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공공성 등 교육계 해묵은 논쟁이 다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선발이 합헌이라는 재판관들은 "자사고들이 당초 취지와 달리 일반고와 교육과정에서 큰 차이 없이 운영됐다"면서 "학교 유형 간 학력 격차가 확대되는 등 자사고를 전기고로 규정할 정당성을 더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위헌 쪽 재판관들은 "고교서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일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인데 (교육당국이) 손쉬운 자사고 규제를 택해 전체 고교를 하향 평준화시킬 수 있다"면서 "자사고 입학전형에서 교과지식 질문이 금지되는 등 고교입시를 과열시킨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교입시제도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용호 재판관은 이번에 심판한 조항들이 '교육제도 법정주의'를 위반한다면서 "고등학교 제도·종류·운영에 관한 기본적 사항은 국가와 사회질서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가 매우 크고 이해관계가 다양하게 얽혀 있으므로 국회가 직접 법률로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서기석·이종석 재판관은 이번 심판대상조항이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면서도 "자사고를 둘러싼 교육계 혼란은 고교 종류와 신입생 선발시기 등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정한 데서 기인한다는 위헌의견에 일부 공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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