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숨진 인천 세일전자 화재… 회사 대표에 금고형 구형(종합)
검찰 "전형적 인재"…대표 최후 변론서 "평생 속죄하겠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소방 점검을 소홀히 해 근로자 9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인천 세일전자 대표에게 검찰이 금고형을 구형했다.
인천지법 형사7단독 임윤한 판사 심리로 11일 오전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세일전자 대표 A(60)씨에게 금고 4년과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민간 소방시설관리업체 대표 B(49)씨와 경비원 C(57)씨 등 9명에게도 금고 1년∼4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주의 의무와 역할을 방기했고 그 결과 작은 불씨가 큰 불씨로 번져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결국 전형적인 인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자녀와 부모를 잃은 유족들은 평생 극심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며 "만약 피고인들이 주의 의무에 충실했다면 화재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집행유예 없이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강제 노역을 하지 않을 뿐 징역형과 똑같이 구속돼 교도소에 수감된다.
A씨 등의 변호인은 "화재경보기가 2년 8개월 동안 90번 넘게 오작동했고 그때마다 세일전자 측은 소방관리업체를 통해 조처를 했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는 인과 관계가 입증되지 않고 유죄라 할지라도 과실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변론했다.
연녹색 수의를 입고 최후 변론에 나선 A씨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며 "순식간에 천정이 붕괴하고 소방시설은 무용지물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와 임직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고 유가족분들에 평생 속죄하는 것"이라며 "감히 선처를 부탁하는 게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저희 회사를 통해 유가족분들을 보살펴줄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정에 나온 피고인들은 구형 내내 두 손을 마주 잡고 재판석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숙여 바닥을 내려다봤다.
이들은 지난해 8월 21일 오후 3시 42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공장 4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9명을 숨지게 하고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세일전자 측은 화재 발생 전부터 공장 4층 천장에서 나타난 누수와 결로 현상을 방치했고, 이로 인한 정전 탓에 화재 직후 근로자들이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평소 외부 경비업체 소속 경비원들에게 오작동일 수 있으니 비상벨이 울리면 경보기와 연결된 복합수신기를 끄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화재 발생 2개월 전 민간 소방관리업체에 맡겨 진행한 소방종합정밀 점검도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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