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36년 전 실종 소녀의 경내묘지 매장 의혹 조사키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교황청이 36년 전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실종돼 이탈리아 최악의 미제 사건의 주인공으로 남은 에마누엘라 오를란디(당시 15세)가 교황청 내부에 매장돼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ANSA통신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오를란디 가족의 변호인인 라우라 스그로는 10일 "교황청이 의혹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기로 승인했다"며 "그들이 본분을 다해 36년 전 벌어진 일의 진실을 밝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은 앞서 지난 달 오를란디의 가족이 오를란디가 바티칸 시국에 위치한 테우토니코 묘지에 묻혀 있음을 암시하는 익명의 편지를 작년 여름에 받은 뒤 교황청에 이 서한을 전달하고, 이 묘소를 열어볼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청은 이런 보도가 나온 이후 해당 요청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지척에 자리한 테우토니코 묘소는 로마에 거주하는 독일어와 플랑드르어 사용자들이 주로 묻히는 곳이다.
한편, 오를란디는 1983년 로마 시내 한복판에서 음악 레슨을 받은 직후 종적을 감췄다.
교황청 직원의 딸인 오를란디의 실종은 갖가지 의혹을 낳았다.
1981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암살을 시도했다가 투옥된 터키 출신 용의자의 석방을 이끌어내기 위한 세력에 의해 납치됐다는 추측이 제기되는가 하면, 그가 교황청 내부의 성범죄자에 의해 희생됐다거나, 그의 실종이 교황청과 마피아 사이의 검은 거래와 연관됐다는 각종 미확인 소문이 돌았다.
작년 10월에는 로마 시내 중심가에 있는 주이탈리아 교황청 대사관 건물에서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에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골이 발견돼 이 뼈가 실종된 오를란디일 수도 있다는 추정이 제기됐다. 하지만, DNA 분석 결과 해당 인골은 오를란디와 무관한 남성의 유골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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