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알제리·수단의 거센 민주화열기…'아랍의봄' 그림자

입력 2019-04-10 23:41
북아프리카 알제리·수단의 거센 민주화열기…'아랍의봄' 그림자

독재정권에 맞서 시위 장기화…리비아는 독재자 몰락 이후에도 혼돈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북아프리카 알제리와 수단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열기가 뜨겁다.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시민혁명과 오버랩되면서 반정부 시위의 향방이 주목된다.

우선 알제리에서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올해 2월 알제리에서는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82)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동안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알제리 의회가 압델카데르 벤살라 상원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지명한 데 반대하는 집회가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들은 벤살라가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라며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건강 문제로 휠체어에 의지하는 부테플리카 전 대통령의 퇴장에 만족하지 않고 낡은 정치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원하고 있다.

높은 실업률에 고통받는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층이 시위 주도 세력이다.

앞서 알제리를 20년이나 통치했던 부테플리카 전 대통령은 민심에 밀려 이달 2일 사임했다.

부테플리카는 8년 전 '아랍의 봄'에도 권좌를 지켰던 인물이었기에 그의 몰락은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수단의 반정부 시위는 알제리보다 오래됐다.

작년 12월 정부의 빵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처음 벌어진 뒤 거의 4개월 동안 시민들이 거리에 모였다.

특히 시위대는 지난 6일부터 수도 하르툼의 군 본부 주변에서 텐트 농성을 하며 군인들에게 동참을 요구했다.

현지 의사단체에 따르면 나흘간 20여명이 시위 과정에서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지만, 시위 닷새째인 10일에도 수천 명이 군 본부 주변에 모였다.

미국, 영국, 노르웨이 등 서방 3개국이 9일 바시르 정권에 권력 이양을 사실상 촉구하는 등 수단 정세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외신에서는 수단과 알제리의 반정부 시위가 '아랍의 봄'을 연상시킨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8일 "시위대가 2011년 아랍의 봄의 대규모 농성을 재현하려고 텐트를 쳤다"고 분석했다.

8년 전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 등 아랍국가의 여러 수도에서 시위대가 텐트를 치고 장기간 독재 타도를 외쳤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 '아랍의 봄' 때 희망이 오래전 약해졌지만, 그 반향이 북아프리카에 다시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에서 민중봉기로 독재정권이 잇따라 무너졌고 이런 역사가 알제리와 수단 국민의 시위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수단, 알제리와 달리 최근 격화된 리비아 내전은 다른 측면에서 아랍의 봄을 떠올리게 한다.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비(非)이슬람계 군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이 지난 4일 자신을 따르는 부대들에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명령하면서 서부를 통제하는 통합정부군과 교전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화 시위로 독재정권이 무너졌지만 평화는 여전히 요원한 게 현실이다.

2011년 리비아 국민은 당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42년 철권통치를 무너뜨리고 환호했다.

그러나 리비아에서는 카다피 몰락 이후 중앙정부의 공백 속에 무장단체가 난립했고 특히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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