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996 근무제' 반대운동…블랙리스트에 화웨이·알리바바

입력 2019-04-10 17:45
중국서 '996 근무제' 반대운동…블랙리스트에 화웨이·알리바바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6일간 일하다간 중환자실行' 의미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의 인터넷상에서는 최근 '996'이라는 단어가 화제다.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하며, 일주일에 6일 일하는 것을 일컫는다. 시간 외 수당도 따로 없다.

이 근무제는 한 프로그래머가 지난달 코드 공유 플랫폼 'GitHub'에 '996.ICU'라는 페이지를 개설하면서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됐다.

'996.ICU'라는 이름은 중국 IT업계의 개발자들 사이에서 통하는 말로 '996 근무제를 따라 일하다가는 병원의 중환자실(ICU)에 간다'는 뜻이다.

10일 상하이러셴 등에 따르면 이들 개발자는 84개 기업을 996 근무제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화웨이와 알리바바, 텐센트를 비롯해 바이두, 샤오미, 앤트파이낸셜, 징둥(JD닷컴) 등 주요 기업들이 망라됐다. 쑤닝, 핀둬둬, DJI, 어러머, 넷이즈게임 등도 이름을 올렸다.

프로그래머들은 사무실 내의 수면용 텐트나 회사가 지급한 감기약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들에 따르면 군대식 기업문화로 유명한 화웨이는 2010년 8월부터 "자원" 협의로 '9106'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주6일 근무제라는 뜻이다.

알리바바그룹 계열의 모바일결제 기업 앤트파이낸셜의 전 직원은 이 회사가 직원을 개미(앤트)처럼 여긴다고 썼다.

996 근무제는 일자리나 집을 구하는 대형 플랫폼인 58퉁청(同城)이 2016년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인터넷 업계의 경쟁이 심해지자 직원들에게 더 많은 업무량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널리 퍼졌다.

익명을 요구한 알리바바의 한 개발자는 회사가 996 근무제를 의무라고 하지는 않지만 이를 따르지 않으면 저조한 근무 평가 점수를 받고 해고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장잉 중국노동관계학원 교수는 IT업계 직원들의 이례적인 항의는 권리를 지키기 힘든 현실을 부각한다고 차이나데일리에 말했다.

그는 "법률 제도를 통해 보호받으려면 돈과 시간, 일자리를 잃을 위험 등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업무 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 주 44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회사 측과의 협의를 거쳐 시간을 연장할 수는 있지만, 시간외 근무가 하루 3시간 또는 한 달에 36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996 근무제에서는 주당 60시간도 쉽게 넘을 수 있다.

장 교수는 IT 기업들이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996.ICU' 페이지는 지금까지 방문자들로부터 20만건 넘는 '별'을 받아 이번 일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초과 근무는 IT업계 뿐만이 아니다.

일부 중국 매체는 중국을 '야근 대국'이라고 칭한다.

중국의 한 구직사이트가 발표한 화이트컬러 보고서에 따르면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직장인은 18%에 불과했으며 매주 20시간 이상 추가 근무를 하는 사람은 9%에 달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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