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후 중동정세는…팔레스타인 강경정책 이어질 듯

입력 2019-04-10 17:25
이스라엘 총선 후 중동정세는…팔레스타인 강경정책 이어질 듯

네타냐후 총리, 요르단강 서안 병합 추진하면 파문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총선을 계기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5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중동 정세도 주목된다.

9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의 개표 결과, 리쿠드당을 비롯한 우파 정당들이 과반을 확보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연임에 유리하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보수정당인 리쿠드당과 중도정당연합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은 나란히 35석을 차지할 것으로 파악됐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우파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유리한 상황이다.

당초 이번 총선을 앞두고 청백당이 승리할 경우 이스라엘의 대외정책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청백당 대표인 베니 간츠(59)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서 유연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간츠 전 참모총장은 올해 2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2005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한 사실을 언급하고 "그것(가자지구 철수)으로부터 배우고 다른 지역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점령 중인 서안지구에서도 군인 등을 철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서 강경한 정책을 고수할 개연성이 크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한국이스라엘학회장)은 연합뉴스에 "네타냐후 총리가 연임하면 팔레스타인 문제 등 중동정책에서 강경방향이 확실해 보인다"며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에서 이를 견제할 장치는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차기 연립정부를 꾸릴 때 외무, 국방장관 등의 요직을 자신과 코드가 맞는 다른 당 대표들에게 맡기므로 야당이 안보정책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팔레스타인에서 뜨겁게 부각한 현안은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6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합병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1967년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후 점령한 지역이고 이스라엘은 이곳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계속 늘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서안을 합병하면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이른바 '2국가 해법'에 따른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이 사실상 어렵게 된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 대변인인 나빌 아부 루데이네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어떠한 조처와 발표도 사실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정착촌은 불법이고 제거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중도정당연합의 돌풍으로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가 보수층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서안 합병 문제를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의 지원 아래 서안 합병을 추진하면서 중동 정세를 흔들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네타냐후 정권은 2017년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찰떡 호흡'을 과시하면서 중동 아랍권을 긴장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2월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이른바 '예루살렘 선언'을 발표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다.

이후 미국 정부는 작년 5월 텔아비브에 있던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미국은 지난해 팔레스타인자치정부가 중동 평화협상을 계속 거부한다는 이유로 국제기구를 통한 팔레스타인 지원을 대폭 삭감했다.

미국은 이번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또다른 선물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분쟁지역인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이지만 국제사회는 시리아 영토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이스라엘의 차기 연립정부가 미국의 동의 아래 서안 합병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임하면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는 정책도 이어갈 공산이 크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레바논 등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될 개연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고 올해 들어 시리아 내 이란군에 대한 공습을 이례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다고 밝히면서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는 중동에서 고립을 탈피하려고 걸프 아랍국가들과 외교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작년 10월 오만 수도 무스카트를 방문해 카부스 빈사이드 국왕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 레바논과도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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