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이스탄불 시장선거 무효로 해야"…선관위 압박

입력 2019-04-10 16:54
터키 에르도안 "이스탄불 시장선거 무효로 해야"…선관위 압박

방러 귀국길서 취재진에 밝혀…"러 S-400 미사일 인도 앞당겨질 수도"

美 상원 여·야 의원 "터키, F-35와 S-400 둘 다 가질 수 없어"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이스탄불 시장을 야당에 내줄 상황에 부닥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선거를 무효로 선언하라고 선거관리 당국을 압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방문 귀국길 기내에서 수행 취재진에 "최고선거위원회가 진정성 있는 시각으로 판단한다면 이 선거를 무효라고 결정할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일간 사바흐 등 터키 언론이 10일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무원에게 투표함 감시를 맡겨야 하는 규정이 이스탄불 여러 지역에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이 이러한 불법·부정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8일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조직적 범죄'가 벌어졌다는 주장을 펼치며, 재선거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달 31일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 개표 결과 이스탄불 광역시장 경쟁에서 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에크렘 이마모을루 후보가 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를 2만7천여표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AKP의 계속된 이의제기로 재검표가 확대되며 격차는 1만4천여표로 좁혀진 상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조직적 범죄' 발언에 이어 AKP는 최고선거위원회(AKP)에 이스탄불에서 재선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압박에도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도입을 철회할 계획이 없을뿐더러 원래 계획보다 인도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S-400 거래가 완결되고 제반 사항이 결정됐다고 이미 답변을 했다"면서 "S-400은 7월에 도착할 예정인데,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달 초 터키 언론은 S-400 미사일 인도가 6월에 시작돼 7월에 완료될 것이라고 익명 국방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도 터키의 S-400 미사일 도입에 관한 압박을 이어갔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의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각 2명은 9일 일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연말에 터키는 F-35 전투기와 S-400 미사일 가운데 어느 하나를 갖게 될 것이며 둘 다를 갖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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