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채식주의자 점거시위에 온라인 농장지도 '논란'

입력 2019-04-10 16:22
수정 2019-04-10 16:27
호주 채식주의자 점거시위에 온라인 농장지도 '논란'

농민들 사생활 침해·사유지 침범 우려·반발 커져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최근 호주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과격 채식주의자들의 점거시위를 계기로 한 동물권 보호단체가 운영하는 온라인 농장지도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고 호주 일간지 디오스트레일리안이 10일 보도했다.



지난 1월 도축 반대 운동을 벌여온 단체 '오지팜즈'(Aussie Farms)는 전국에 산재한 농장·도축장의 위치와 연락처를 검색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지도 '디오지팜즈맵'(The Aussie Farms Map)을 페이스북 등에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이 지도로 인해 농민들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사유지 침입이나 불법 촬영 등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우려는 최근 과격 채식주의자 수백 명이 전국 각지의 농장과 도축장에 침입, 자신들의 몸을 쇠사슬로 묶고 점거 농성을 벌이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실이 됐다.



크리스찬 포터 연방 법무장관은 "온라인 농장 지도가 공개된 뒤 농장과 도축장을 대상으로 하는 채식주의자들의 항의 시위가 증가했다"면서 "이와 관련해서 호주개인정보위원회에 사생활 침해 문제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국농민연맹(NFF) 피오나 심손 대표는 "소셜미디어로 생중계를 하는 가운데 검은 제복을 입은 채식주의자 100여명이 심야에 농장과 도축장을 침입해서 조직적으로 쇠사슬 점거 농성을 벌였다"면서 "이것은 식품 안전은 물론 동물 복지 그리고 농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테러 수준의 행위"라고 비난했다.

과격 채식주의자들은 호주 축산업의 실상을 고발한 충격 다큐멘터리 '정복'(Dominion)의 개봉 1주년을 기념해 지난 8일 전국 9곳에서 조직적으로 점거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다큐멘터리 '정복'의 감독인 크리스 델포스가 주도했는데, 그는 온라인 농장지도를 공개한 동물권 보호단체 오지팜즈(Aussie Farms)의 대표이기도 하다.



스콧 모리슨 호주 연방총리는"5월 총선에서 재집권하면 농장·도축장 시설에 불법 침입해서 시위를 벌이는 과격 채식주의자들을 최대 1년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엄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dc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