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최고 역사 흑인 출판업체 '존슨 퍼블리싱' 파산 신청

입력 2019-04-10 11:44
美최고 역사 흑인 출판업체 '존슨 퍼블리싱' 파산 신청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한때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인지도를 자랑하는 흑인 출판업체"로 이름을 떨친 '존슨 퍼블리싱 컴퍼니'(JPC)가 파산 수순에 들어갔다.

시카고 선타임스에 따르면 JPC는 8일 오후(현지시간) 시카고 소재 연방 파산 법원에 챕터7(Chapter7) 파산(완전 청산) 신청서를 제출하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JPC는 77년 전 시카고를 기반으로 설립된 이래 미국인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의 상징 중 하나가 됐다"면서 "JPC가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자평했다.

이어 "치열한 노력을 쏟았으나 시장 변화와 경영상의 문제들을 극복할 수 없었다"면서 "자산 처분을 통해 채권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시카고 abc방송은 파산 신청서를 토대로 "JPC의 채권자는 200~999명, 자산과 부채는 각각 1천만~5천만 달러(약 115억~570억 원)"라면서 "새 자금원을 찾지 못해 청산을 모색하게 됐다"고 전했다.

'흑인이 소유·경영하는 미국 최고·최대의 출판업체' JPC는 1942년 창업자 존 H. 존슨(1918~2005)이 어머니 가구를 저당 잡혀 빌린 500달러(약 55만 원)로 시작됐다.



존슨은 1945년 11월 "할렘부터 할리우드까지 다양한 흑인 삶의 행복한 면을 비추겠다"는 약속을 내걸고 흑인 중산층 여성을 타깃으로 한 최초의 월간지 '에보니'(Eboony)를 창간한 데 이어 1951년 성공한 흑인들에게 초점을 맞춘 주간지 '제트'(Jet)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에보니와 제트는 수많은 흑인들에게 영감을 안기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삶의 기록서"로 평가받았고,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로부터 마이클 잭슨, 오프라 윈프리, 할리 베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까지 다양한 흑인 인사들이 두 잡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존슨은 1982년 흑인 최초로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400대 기업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에보니 창간 60년 만인 2005년 존슨이 87세를 일기로 타계한 후 시카고서 열린 장례식에는 흑인 인권운동가들은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참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내가 어릴적 TV에 등장하는 흑인은 범죄자들 아니면 여장한 코미디언 플립 윌슨(1933~1998) 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존슨 사후 딸 린다 존슨 라이스(60)가 운영을 맡은 JPC는 인터넷 발달과 경기침체 영향으로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2014년 제트 인쇄물을 없애고 온라인판만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2016년에는 에보니와 제트를 텍사스 오스틴의 사모펀드 운용사 '클리어뷰 그룹'(Clear View Group)에 매각했다.

JPC에는 70여 년에 걸쳐 모아진 사진과 문서 기록들(Archives)이 자산으로 남았고, JPC는 이후 유색인종 전용 화장품 제조·판매 사업체 '패션 페어 코스메틱스'(Fashion Fair Cosmetics) 운영과 관련 출판물 간행에 주력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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