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회사채 불티…국채보다 낮은 금리에 120억불 모금

입력 2019-04-10 10:26
아람코 회사채 불티…국채보다 낮은 금리에 120억불 모금

경제개혁 길조…"카슈끄지 살해여파? 외국인들 못사서 안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가 채권발행 데뷔전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사우디 경제의 환골탈태를 위한 첫걸음이자 사우디를 향한 국제사회의 격렬한 반감이 완화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람코는 9일(현지시간) 마감된 첫 회사채 발행을 통해 무려 120억 달러(약 13조7천억원)를 모았다.

아람코는 이번에 1천억 달러(약 114조1천500억원) 이상의 주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열기 속에 발행액은 애초 예상치 100억 달러(약 11조4천150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번에 발행된 아람코 채권은 만기가 짧게는 3년부터 길게는 30년까지 다양했다.

이들 채권의 금리는 만기가 같은 사우디 국채보다 낮게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발행 때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이 몰리면 금리(수익률)가 낮아진다.

사우디 관리들은 이 같은 흥행을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나온 길조로 보고 있다.

아람코는 애초 2018년에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다가 기업가치에 대한 저평가 우려 때문에 계획을 연기했다.

현재 아람코의 IPO는 2021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람코는 이번 채권발행 과정에서 회계장부를 사상 처음으로 공개하기로 결단했다.

그 결과 아람코는 미국의 애플, 알파벳, 아마존을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크고 이익도 많이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람코의 채권 발행과 회계장부 공개는 주식시장 상장을 향한 첫걸음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우디의 사실상 최고 권력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아람코의 IPO가 수년간 진행될 자국 경제·사회 개혁의 핵심 가운데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아람코 주식발행으로 거둬들이는 자금을 사우디 국부펀드에 넣어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쪽으로 산업을 다변화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아람코의 채권발행은 사우디 왕정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관리들에게 암살된 사건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성공했다는 점이 따로 주목된다.

국제사회에서는 작년에 카슈끄지가 터키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서 암살된 이후 사우디의 인권유린 실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끓어올랐다.

특히 카슈끄지 사건의 '몸통'이 빈살만 왕세자라는 의혹이 불거져 사우디를 향한 반감이 증폭되면서 글로벌 경제계에서도 보이콧 움직임이 일부 목격됐다.

그러나 이날 낮은 금리에 예상보다 많은 채권이 발행된 사실을 고려하면 카슈끄지 사태의 여파가 사우디의 경제적 신인도를 흔들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WSJ은 "카슈끄지 살해 때문에 일부 외국인들이 사우디에 대한 투자를 단념했으나 채권·주식 투자자들은 사우디의 경제개혁 스토리를 보고 돈을 부으려고 안달이었다"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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