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잠든 효창공원, '독립운동 100년' 공원으로 재조성(종합)

입력 2019-04-10 15:24
수정 2019-04-10 21:42
백범 김구 잠든 효창공원, '독립운동 100년' 공원으로 재조성(종합)

박원순 '효창공원 구상안' 발표…"임정 100주년 맞아 정체성 분명히"

'철거설' 효창운동장은 유지…공론화 과정 거쳐 2021년 착공 목표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백범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이 잠든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이 2024년 애국선열 추모공간으로 재탄생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효창공원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효창독립 100년 공원 구상안'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임정 수립 100주년의 정신을 담아 효창공원을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서울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16만924㎡(4만8천680평) 규모의 효창공원은 애초 조선 22대 왕 정조의 장자 문효세자의 묘역 '효창원'이 있던 자리다. 일제는 이곳에 골프장과 유원지를 지어 식민지 공원으로 만들고 해방 직전엔 묘역을 고양시 서삼릉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규모가 3분의 1로 줄고 도로도 단절됐다.



해방 이후 백범 김구 선생이 이곳에 독립운동가 묘역을 조성하면서 김구 선생 자신, 이봉창·윤봉길·백정기 등 '삼의사'와 임시정부 주석, 비서장, 군무부장을 지낸 이동녕, 차리석, 조성환 선생 등 7명이 이곳에 묻혔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으면 안장할 가묘도 있다.

그러나 공원에는 이후 정체성과 무관한 효창운동장(1960년), 반공투사기념탑(1969년). 대한노인회관, 노인중앙회, 육영수 여사 송덕비(1972∼1979년), 의열사(1989년), 백범기념관(2002년) 등 여러 시설이 맥락 없이 들어섰다.

박 시장은 "너무나 많은 의미가 들어서면서 단 하나의 의미도 갖지 못한 공원이 됐다"며 "묘역은 행사 때만, 기념관은 단체관람에만, 운동장은 훈련용으로만 사용되며 시민에게 외면받고 낯선 공간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의 연 방문객은 33만명으로 보라매공원(835만명), 현충원(223만명)에 크게 못 미친다.



서울시는 효창공원의 정체성을 '독립 100년 공원'으로 분명히 하는 동시에 독일 홀로코스트 추모 공원처럼 시민이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예컨대 주변 연못을 개보수해 지역주민의 휴식처를 만들고 공원과 주변 지역을 분리하던 담장을 허문다.

다만 공원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 철거가 검토됐던 효창운동장은 축구사에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판단해 보존한다. 대신 전면 개보수를 거쳐 축구장 하부에 독립운동가 1만5천명을 기념하는 공간을 조성한다.

박 시장은 "축구인들이 동대문운동장 철거 당시의 불만과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안을 만드는 데 가장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내년 4월에는 효창공원 남쪽 편에 이봉창 의사 기념관이, 6월에는 도보 15분 거리에 손기정 체육공원이 준공된다. 서울시는 이러한 주변 시설을 '확장된 공원' 개념으로 연결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효창공원 구상안은 향후 논의를 위한 밑그림이다. 서울시는 국가보훈처, 문화재청, 용산구, 독립운동 단체, 축구협회,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효창독립 100년 포럼'을 만들어 구상안을 구체화한 뒤 2021년 착공에 들어간다.

그러나 참여자들 간 입장이 엇갈려 이를 좁히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발표에 동석한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함세웅 신부는 "공원에 독립 뿐 아니라 민주, 평화 가치를 100년 역사 속에 담았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태부 대한축구협회 생활축구본부장은 "야구는 돔 구장을 만들어주면서 축구 운동장은 다 뺏기고 있다"며 "효창운동장을 반만 쪼개 전용구장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김창민 효창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지금처럼 항상 운동하고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라며 "효창운동장을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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