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홀로코스트 공원처럼…효창공원, 일상 속 애국선열 추모장소로
서울시 '효창공원 구상안' 발표…2024년까지 독립운동 기념공원 조성
'철거설' 효창운동장은 보존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백범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이 잠든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이 2024년 일상 속 애국선열 추모공간으로 재탄생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효창공원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효창독립 100년 공원 구상안'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임정 수립 100주년의 정신을 담아 효창공원을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서울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16만924㎡(4만8천680평) 규모의 효창공원은 애초 조선 정조의 장자 문효세자의 묘역인 '효창원'이 있던 자리다. 일제는 이곳에 골프장과 유원지를 짓고 묘역을 고양시 서삼릉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규모가 3분의 1로 줄고 도로도 단절됐다.
해방 이후 백범 김구 선생이 이곳에 독립운동가 묘역을 조성하면서 김구 선생 자신과 이봉창·윤봉길·백정기 등 '삼의사'와 임시정부 주석, 비서장, 군무부장을 지낸 이동녕, 차리석, 조성환 선생 등 7명이 이곳에 잠들었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으면 안장할 비석 없는 가묘도 공원에 있다. 이후 효창운동장, 대한노인회관, 백범기념관 등 여러 시설이 공원에 들어섰지만, 연간 방문객은 33만명으로 보라매공원(835만명), 현충원(223만명)에 크게 못 미친다.
서울시는 독립운동가 묘역과 공원 내 노후 시설을 새로 단장해 현재 참배객 위주로만 찾는 효창공원을 시민의 일상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주변 연못을 개보수해 지역주민의 휴식처를 만들고 효창공원과 주변 지역을 분리하던 담장도 허문다.
서울시는 "독일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파리 도심 페르라셰즈 묘지공원처럼 일상에서 역사를 마주하며 추모하는 명소로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그간 철거가 검토됐던 공원 내 효창운동장은 보존하기로 했다. 국내 최초 국제축구경기장이란 의미를 되살려 전면 개보수를 거칠 예정이다. 축구장 하부에는 1만5천명의 독립운동가 기념공간도 들어선다.
내년 4월에는 효창공원 남쪽 편에 이봉창 의사 기념관이, 6월에는 도보 15분 거리에 손기정 체육공원이 준공된다. 서울시는 이러한 주변 시설을 '확장된 공원' 개념으로 연결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효창공원 구상안은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밑그림이다.
서울시는 국가보훈처, 문화재청, 용산구, 독립운동 단체, 축구협회,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효창독립 100년포럼'을 만들어 구상안을 구체화한 뒤 2021년 착공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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