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에 베네수엘라 외화 부족 가중…"중앙은행서 금 8t 인출"
정부 소식통 "연초 이후 보유 금 30t 감소…금 100t 보관 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의 고강도 경제 제재로 외화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베네수엘라가 최근 중앙은행에 보관하던 금 8t을 인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9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의원 한명과 한 정부 소식통은 지난주 중앙은행 금고에 보관 중이던 금 8t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행정부는 미국의 제재로 촉발된 외화 현금 유동성 부족을 타개하려고 사라진 금을 해외에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국영 석유 기업 PDVSA의 원유 수출을 제재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사실상 유일한 외화 조달 수단인 금 매각에 점차 의존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 정권의 '돈줄'을 끊고자 지난 1월 말 PDVSA와 PDVSA의 미국 내 자회사인 시트고를 겨냥해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는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연초 이후 약 30t 감소했다며 중앙은행은 현재 시가 40억 달러에 해당하는 금 100t을 금고에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현 추세라면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은 연말께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기초 생필품 등의 수입 대금 결제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석 달 넘게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 지난 1월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작년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 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등 불법적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하면서 마두로를 인정하지 않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 미국 등 서방 50여개 국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 퇴진과 재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과이도 의장의 정권 퇴진 운동을 돕기 위해 각종 경제 제재와 국제적 고립 정책을 통해 마두로 정권에 대한 고강도 압박을 가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내정간섭에 반대하는 러시아와 중국 등의 지지를 받는 마두로 대통령은 군부의 확고한 지지를 토대로 "미국이 꼭두각시 과이도를 앞세워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권좌를 유지하고 있다.
마두로 정권은 특히 미국이 각종 제재로 베네수엘라에 300억 달러(약 33조8천억원)가 넘는 손실을 안겼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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