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산책] '금지' 투성이 마스터스…"우린 특별하니까"

입력 2019-04-10 07:03
[권훈의 골프산책] '금지' 투성이 마스터스…"우린 특별하니까"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금지, 금지, 금지…

골프 '명인열전'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하 오거스타 GC)에 들어서면 사방에 깔린 '금지 사항' 목록과 마주치게 된다.

마스터스 대회 본부가 제시하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과 '휴대해서는 안 되는 물건' 목록은 아주 많고, 게다가 구체적이다.

대회장인 오거스타 GC 곳곳에 비치된 안내 책자뿐 아니라 코스 지도, 티타임 안내지 등 관객이 받아쥐는 모든 인쇄물마다 '금지 사항'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허용되지 않는다', '바람직하지 않다', '제한적이다' 등등 대놓고 '금지'라는 용어는 많지는 않지만, 결국 금지한단 내용이 한가득하다.

휴대전화는 금지 품목 1순위다.

지구에서 휴대전화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가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GC라는 농담도 있다.

노트북 태블릿, 무선호출기, 그리고 사진이나 영상 전송이 가능한 모든 장비는 모두 오거스타 GC 경내에 들여올 수 없다.

카메라도 물론 금지다. 다만 연습 라운드 때는 카메라를 갖고 와도 된다.

라디오, 휴대용 TV, 오디오 재생장치 등 소음 유발 장비도 금지 대상이다.

응원 구호나 선수 이름 등이 적힌 깃발, 플래카드, 그리고 종이에 이런 걸 적어서 들고 있어도 안 된다.

식음료, 유모차, 쇠징 박힌 골프 신발, 디딤용 사다리, 잠망경형 망원경, 셀카봉 등 금지 목록은 끝없이 이어진다.

스마트워치는 허용되지만 그걸로 전화, 이메일이나 문자 송수신, 사진이나 영상 전송을 해서는 안된다.

마스터스 대회 땐 선수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것도 사실상 금지다.

연습장 옆에서만 사인을 요청할 수 있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GC는 선수에게 사인을 받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정책을 오래 전부터 고수하고 있다.

접이식 의자는 1인당 하나만 가져올 수 있고 스탠드형 관중석에 이미 자리를 잡아놓는 것도 금지한다.

뛰지 말라, 옷을 제대로 입어라, 특정 선수에 과도한 응원은 자제해라 같은 권장 사항은 거의 관객을 어린아이 취급한다는 인상마저 준다.

심지어는 진행 요원 등에게 어떤 항의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까지 버젓이 있다.

이를 어기면 큰일 난다. 벌칙이 무시무시하다.

곧바로 오거스타 GC 밖으로 쫓겨나고 앞으로 영원히 마스터스 구경을 못 하게 된다.

취재 기자에게도 이런저런 제약이 한둘이 아니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오거스타 GC에 입장은 가능하지만, 휴대는 프레스 빌딩 안으로 제한된다.

프레스 빌딩 문 앞에는 '휴대전화는 가지고 나갈 수 없다'는 경고 문구가 어김없이 붙어 있다. '휴대용' 전화기가 졸지에 책상 위에만 머물러야 하는 신세다.

프레스 빌딩 1층에 따로 마련된 인터뷰룸에도 휴대전화는 가지고 갈 수 없다.

왜 이렇게 금지 사항이 많은지 이유를 물어봤다.

오거스타 GC 공식 설명은 "선수와 관중의 안전, 그리고 선수의 경기력을 최고로 발휘되도록 하려는 조치"란다.

하지만 다른 메이저대회와 비교해도 지나칠 만큼 엄격하다. 어떤 대회도 다 선수와 관중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선수의 경기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노력한다.

마스터스의 이런 유별난 엄격성은 따지고 보면 '우리는 특별하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해마다 마스터스를 관람하러 온 지 15년째라는 재러드 허퍼 씨는 "이곳에 오면 뭔가 빡빡하다는 느낌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특별한 장소에 왔다는 뿌듯함이 있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오랫동안 겪어보니 갤러리가 휴대전화로 우리 사진 찍는 건 사실 크게 나쁜 건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마스터스에서는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건 다른 대회와 다르다"고 밝혔다.

3년째 마스터스에 출전한 김시우(23)는 "다른 대회와 달리 많은 관중이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도 압박감을 느끼는데 너무나 조용하게 지켜봐서 압박감이 더 커진다"고 마스터스의 특별함을 전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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