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에나외국인대학서 '한국 문화의 날' 행사
"2년 전 한국어 과정 개설 후 한국에 대한 학내 관심 부쩍 높아져"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중세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중부 도시 시에나에서 한국 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시에나외국인 대학교는 8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어·한국사 강좌, 한국시 낭독, 한식 시식, K-팝 공연, 한지공예와 서예, 한복 체험, 한국 영화 상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제1회 한국 문화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이 대학 동양어문학부 내 한국어·한국문학 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임숙 교수가 한국어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 70여 명과 함께 준비한 것으로,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이 후원을 했다.
페루자 대학과 함께 이탈리아 내 양대 외국인 대학교로 꼽히는 시에나외국인대학교에는 이 학교 졸업생인 정임숙 교수의 주도로 2017년 9월에 한국어 과정이 처음 개설돼 현재 1, 2학년 학생 70여 명이 한국어와 한국문학, 한국문화 공부에 정진하고 있다. 학생들의 약 90%는 이탈리아 현지 학생들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개막식에서 "학생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학, 한국역사뿐 아니라, K-팝, 한식 등 전반적인 한국 문화에 기대 이상으로 관심이 뜨겁다"며 "한국 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학교 본부, 이탈리아 한국문화원의 지원을 받아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에게는 "한국 문화를 가까이에서 체험해 보고, 여러분 스스로가 한국 사절단이 되어 한국을 적극적으로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자리를 함께 한 피에트로 카탈디 시에나외국인대학교 총장은 축사에서 "한국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탈리아 선수 젤린도 보르딘이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안긴 1988년 서울올림픽"이라며 "우리 대학도 한국학이 금메달에 버금가는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K-팝 공연에는 인근 도시 피렌체의 K-팝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고교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달려와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흥겨운 무대를 꾸몄고, 일제 강점기의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동주'에도 관람객이 몰리는 등 행사가 성황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오충석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장은 "유서 깊은 시에나 외국인대학교에서 처음으로 한국 문화를 전반적으로 알리는 행사를 개최하게 돼 뜻깊다"며 "향후에도 한국문화의 날 행사가 다채롭게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학 한국어 과정의 유일한 교수로 한국어와 한국문학 교육을 도맡고 있는 정임숙 교수는 "일본어 과정과 중국어 과정이 각각 15년 전, 10년 전에 개설된 것과 비교하면 한국어 과정의 시작은 늦은 감이 있지만, 초기부터 학생들의 호응이 뜨거워 학교 측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한국어 과정이 향후 정식 학과로 격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한국어 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나폴리대학, 로마 사피엔자 대학,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학 등 3곳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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