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의 김기현 측근 수사 3건 중 2건 '혐의없음'

입력 2019-04-09 17:45
검찰, 경찰의 김기현 측근 수사 3건 중 2건 '혐의없음'

동생·비서실장 모두 무혐의 처분, 쪼개기 후원금만 불구속기소

고소·고발된 황운하 청장 등 검찰 수사대상…"진상 밝혀야" 한국당 공세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에서 불거진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기획·표적수사' 논란이 약 1년 만에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경찰이 지난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관련 수사 3건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시작된 논란은, 최근 검찰이 이들 수사에 대한 결론을 내놓으면서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검찰은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3건 중 2건을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이는 '경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해석으로 이어지면서, 한국당을 중심으로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등의 극렬한 저항이 뒤따르고 있다.

이런 반발이 경찰에 대한 고소·고발로 이어지면서, 당시 수사를 총괄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과 담당 경찰관들은 도리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3건의 경찰 수사와 그에 대해 검찰이 내린 결론, 울산경찰과 한국당의 충돌 양상, 고소·고발된 경찰관에 대한 검찰 수사 상황 등을 짚어본다.

◇ 경찰, 김기현 측근 수사 3건 동시 진행…검찰 1건만 기소

먼저 울산지방경찰청은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해 주면 그 대가로 30억원을 준다'는 내용의 용역계약서를 작성한 뒤, 시장 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지난해 김 전 시장 동생 A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수사 당시 A씨 소환 조사를 추진했으나, A씨가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기도 했다.

이후 A씨는 경찰에 자진 출석하면서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는 데다, 담당 수사관이 이전에 몇 차례 공갈과 협박을 했던 사람이어서 두려움에 조사에 응할 수 없었다"고 잠적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또 김 전 시장 비서실장인 박모(49)씨가 2017년 울산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레미콘업체 선정을 강요(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했다며, 지난해 박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박씨가 시공사 현장 소장을 불러 특정 업체 물량을 사용하라고 강요했고, 결국 해당 건설현장은 외압을 못 이기고 실제로 해당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씨는 "지역업체 활성화를 위한 '지역견설산업발전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역업체 자재 사용을 권장했을 뿐, 납품을 강요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특히 이 수사를 진행할 때는 김 전 시장이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을 확정하는 날 경찰이 시청 비서실과 관계 부사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여, 한국당 측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세 번째 사건은 '김 전 시장 측이 국회의원 시절 편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진정에 따라 수사를 벌여, 김 전 시장 인척 1명을 포함해 총 6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송치한 것이다.

이들은 2014년 지방선거 전 각각 1천500만∼2천만원가량의 후원금을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수백만원씩 나눠 김 시장 측 회계책임자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3건의 사건 중 김 전 시장 동생 사건에 대해 9일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비서실장 박씨에 대해서도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역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특히 검찰은 박씨에게 보낸 '불기소 이유서'에서 "범죄 소명 근거와 증거가 부족하고, 잘못된 법리 적용에 대한 5차례 보완수사 지휘도 묵살했다"며 경찰의 부실한 수사를 꼬집었다.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서는 6명을 불구속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고소·고발 부메랑 맞은 경찰…수사대상된 청장·수사관

울산지검은 9일 현직 경찰관 B씨가 근무하는 울산경찰청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B씨가 근무하는 112상황실과 이전 근무 부서인 지능범죄수사대 사무실 등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승용차와 자택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난해 초까지 김 전 시장 동생 수사를 담당했으나, 부적격 논란이 불거져 교체된 인물이다.

지난해 김 전 시장 비서실장 형인 C씨가 "2015년 3월 파출소 소속 경찰관인 B씨가 찾아와 시장 동생과 건설업자 간 작성된 30억원짜리 용역계약서를 내밀면서 '일이 업자 쪽에 유리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시장 동생이 힘들어지고 당연히 시장 비서실장인 당신 동생도 힘들어진다'고 했다"면서 "B씨는 한 차례 더 찾아와 '일이 잘 해결돼야 동생도 좋으니 동생에게 잘 말해달라'고 협박과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당시 B씨는 건설업자 청탁을 받고 나를 찾아온 것"이라면서 "업자 청탁으로 협박이나 일삼던 경찰관이 해당 업자의 고소·고발사건을 수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B씨를 검찰에 고소했었다.

지난해 울산경찰 수사를 총지휘했던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도 현재 피고소인으로 수사대상자다.

한국당은 울산경찰 수사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3월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황 청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불기소 처분된 박씨도 최근 황 청장과 수사를 진행한 책임자 등을 피의사실 공표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최근 한국당 의원들이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며 울산지검을 항의 방문했고, 검찰 측은 "김 전 시장과 황 청장 관련 사건 모두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당 "황운하발 공작수사" vs 경찰 "정당한 수사"

검찰이 김 전 시장 동생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당은 다시 경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한국당 울산시당은 9일 논평을 내고 "김기현 죽이기 공작·기획 수사 진상을 밝혀야 한다"면서 "현 정권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선거 유린 공작 수사·기획 수사'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황운하발 '공작·기획 수사' 결과는 너무나 참혹한 수준이다"며 "대한민국 선거 역사에 기록될 최대 관권 공작·기획 수사로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를 정면으로 유린하면서, 울산 미래와 울산시민 목소리를 무참히 짓밟아버린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앞서 박씨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알려졌을 때도 울산경찰과 황 청장을 몰아세웠다.

그러나 당시 황 청장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김학의 사건에 빗대면서 "검찰의 무혐의 결정은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불기소 결정이 최종적인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검찰은 울산경찰의 고래고기 사건 수사와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을 예민하게 의식하는 듯 경찰 수사에 납득할 수 없는 비협조로 일관했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경찰의 정당한 수사를 검찰이 의도적으로 부정한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울산경찰청도 "정당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했고, 증거관계에 근거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검찰 결정을 수긍하지 않았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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