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테러조직 지정에 "美, 한계선 넘어" 경고
이란 대통령 "미국이 큰 실수…최신 원심분리기 생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세파에 파스다라네 엥겔랍 에슬라미)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자 이란에서는 즉시 강력한 경고가 쏟아졌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9일 오전 테헤란에서 열린 '핵기술의 날' 행사에 참석, "혁명수비대는 조국과 이슬람혁명을 보호하려고 목숨을 바쳤다"며 "지금까지 혁명수비대에 원한을 품은 미국의 테러조직 지정은 큰 실수다"라고 연설했다.
그는 혁명수비대를 '전 바르카프'(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용감한 이)라고 부르며 칭송했다.
이어 "미국의 실수로 이란은 더 단합하고, 혁명수비대는 이란에서 더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라며 "혁명수비대는 이라크에서 시리아까지 테러분자와 싸우는데 미국은 이를 도구로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가 혁명수비대에 테러분자라는 딱지를 붙이는가. 미국은 세계 테러리즘을 이끄는 장본인이다"라고 주장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이 과거에 IR-1 원심분리기를 두려워했다면 오늘 우리는 IR-6를 내보일 것이고 그들이 계속 무례하게 군다면 IR-8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따라 우라늄 농축용 구형 원심분리기 IR-1을 상당히 불능화했고, 신형인 IR-6와 IR-8은 실험용으로만 제한적으로 보유할 수 있다.
또 "우리를 약하게 하는 게 그들이 가한 제재의 목적이었지만 지난 1년간 그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미사일 기술을 성취했다"며 미국과 서방이 핵 다음으로 문제 삼는 미사일 개발을 언급했다.
이란 외무부의 압바스 아락치 차관은 9일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의 한계선 중 하나를 넘었다"며 "이란은 미국의 전략적·정치적 실수에 단호하고 명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란 의회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을 규탄했다. 공교롭게도 미국이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이튿날인 9일은 이란에서 '혁명수비대의 날'이기도 했다.
의원들은 혁명수비대의 전투복이나 상징색인 녹색 옷을 입고 의사당에 등원, 지지를 표현했고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혁명수비대 전투복을 입고 의장석에 앉은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의 행태는 어리석음과 무지함의 절정이다"라고 맹비난했다.
이란 내 언론은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미국의 조처에 날을 세웠다.
이란 국영신문 이란은 "미국이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이란 자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강경 보수성향의 일간지 케이한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가 미 중부사령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이란 국민은 미군을 죽일 수 있는 허가를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미국의 적성국이긴 하나 미국이 한 나라의 정규군 전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