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이너프 딜' 시동거는 文대통령…'톱다운 돌파구' 마련 주목
靑 "협상 재개 중요성 강조할 것"…북미대화 모멘텀 확보 주력
美 '빅딜론'-北 '단계론' 견해차 해소 관건…견고한 한미동맹 재확인할 듯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후 교착에 빠진 비핵화의 해법을 모색하는 데 다시금 시동을 건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11일(현지시간) 정오께부터 백악관에서 정상 내외간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을 한다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9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동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일괄타결식 '빅딜'을 주장하는 미국과 단계적 접근법을 주장하는 북한의 견해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도 이번 회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비핵화 대화 재개에 필요한 여건 마련이 급선무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진전이 없는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동력을 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차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하노이 회담 후 대화의 동력을 조속히 되살리기 위해 양국 간 협의가 중요하다는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개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기조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비핵화 대화의 교착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복구 움직임을 나타내고 미국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중심으로 대북 압박 기조를 보이자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다행스러운 점은 북미 참모 간 공방이 벌어질 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간 직접적인 비방을 자제하며 대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대화 재개 의지와 함께 '톱다운' 방식의 해법에 대한 한미 간 강한 공감대를 재확인한다면 북미 정상이 마주 앉을 분위기가 다시금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에 출연해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도 북미 접촉이 이어져 왔다"며 "3차 회담이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북한의 '단계론'과 미국의 '빅딜론' 사이 접점 찾을 수 있을까
문 대통령에게는 북미 정상이 대화 테이블에 머리를 맞대고 앉게 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비핵화 담판이 재차 결렬되는 것을 막도록 구체적 방법론을 둘러싼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단계적 접근론'과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론' 사이에 현격한 입장 차이가 확인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17일 기자들과 만나 "일시에 완벽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은가"라고 말해 '빅딜'은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결국, 문 대통령은 교착 상태의 장기화를 막는 동시에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딜)로 비핵화 협상 동력을 유지해 '빅딜'에 이르는 카드를 꺼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포괄적 합의와 그것의 단계적 이행' 원칙 등에 입각해 영변 핵시설 폐기나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검증 등 연속적인 '굿이너프딜' 등의 중재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포괄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게 하고 이런 바탕에서 '스몰딜'을 '굿 이너프 딜'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도 있다.
◇ 비핵화 토대 될 견고한 한미동맹 재확인 기대
문 대통령이 워싱턴 방문을 통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계속 제기된 '한미 공조 엇박자' 논란을 불식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간 미국은 북한에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면서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을 추진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상반된 것으로 비친 탓에 '한미 갈등설'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미 양국은 60년 넘는 동맹의 역사에 걸맞은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도 완전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변함없는 한미 간 신뢰를 재확인하고 이를 비핵화 중재역·촉진자역의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가 9일 기자들과 만나 "대북제재의 틀이 유지돼야 한다"고 한 것도 이러한 관측의 연속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kj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