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 강요하고 팀원들 앞에서 상사 욕…법원 "해임 정당"

입력 2019-04-09 15:46
초과근무 강요하고 팀원들 앞에서 상사 욕…법원 "해임 정당"

법원 "초과근무 강요는 직권 남용…단결 해치고 모범 보이지도 않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팀원들에게 초과 근무를 강요하고 공개적으로 상사 욕을 하는 등 조직 기강을 해쳤다는 이유 등으로 해임된 공무원이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A씨가 소속 부처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최근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성실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2017년 9월 해임됐다.

중앙징계위원회는 A씨가 상관의 허가 없이 10여 차례에 걸쳐 금요일 오후 3∼4시를 전후해 퇴근하고, 신규 팀원들에게 6개월간 오전 8시 30분 이전에 출근하고 오후 7시 이후 퇴근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 등을 징계 사유로 꼽았다.

또 나이 어린 신규 계약직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하거나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상사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욕설을 해 조직 기강을 해쳤다는 점도 사유로 꼽았다.

소송을 제기한 A씨는 자신이 조기 퇴근한 날은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조기에 출근해 업무 시간을 채웠고, 신규 계약 팀원들의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다소 간의 연장 근무를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연장 근무 내용도 30분 먼저 출근하고 1시간가량 늦게 퇴근하는 것일 뿐이어서 가혹한 지시로 보기도 어렵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팀장 지위에 있으면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다소 강압적인 방법으로 조직을 통솔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일부 행동이 불가피하게 나왔다며 해임처분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에 대한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기 퇴근에 대해 "원고가 조기 출근해서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고 볼 증거도 없고, 공무원 근무 시간을 원고 주장과 같이 탄력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초과 근무 지시 부분도 "비록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한 거였다 해도 법정 근무 시간을 초과해 팀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초과 근무를 강요하는 것이었다면 이는 직권을 남용해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상사들에 대한 욕설이 '우발적으로 나온 조직 내에서의 정당한 의사 표현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고의 행위는 공직의 체면, 위신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본인은 물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품위손상 행위"라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원고는 팀원들의 인격을 훼손하고 사기를 떨어뜨렸으며 팀 내 인화와 단결을 저해했다"며 "나아가 공개적으로 상사에 대해 욕설을 하거나 근무 시간을 위반해 수차례 조기 퇴근하는 등 팀원들에게 모범을 보이지도 않았다"며 해임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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