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터넷 '정치적 유해' 계정 폐쇄하고 검열인력 수천명 고용
사회개혁 추구하던 지식인 계정이 탄압 대상 1순위
中 인터넷기업들, '자체 검열' 위해 수천 명 인력 고용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微博)가 정치적으로 유해하다는 이유로 수십 개의 계정을 폐쇄하는 등 중국의 인터넷 검열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전날 웨이보는 "관련 법규에 따라 정치적으로 유해한 정보를 담고 있는 50개 이상의 계정을 폐쇄하거나 일시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의 대상에는 자유주의 지식인으로서 7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위젠룽의 계정도 포함됐다.
그는 2011년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의 사진을 웨이보에 올려 유명해진 인물로, 농촌 지역 돕기 운동에 나서고 민주주의의 확대와 언론 검열 폐지 등 사회경제적 개혁을 주창해왔다.
전직 신화통신 기자로서 5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왕샤오레이도 이번에 탄압의 대상이 됐다.
그는 당 왕조 시대의 시나 진융(金庸)의 무협 소설 등을 인용해 현대의 사건을 은유적으로 풍자한 글로 명성을 얻었다.
SCMP는 "웨이보가 말하는 '정치적으로 유해한 정보'에는 국가의 통합을 저해하거나 증오를 부추기는 내용뿐 아니라, 항간의 소문을 퍼뜨리거나 사회 도덕을 해치는 내용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말 집권한 후 중국 당국은 '당의 영도'를 강조하면서 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발발 후에는 내부 기강 잡기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벌어진 대대적인 인터넷 단속 결과 1만여 개의 블로그가 폐쇄됐으며, 텐센트(騰迅)와 웨이보 등 여러 인터넷기업이 제재를 받았다.
올해 들어서는 고작 3주 만에 700만 개 이상의 웹사이트 콘텐츠와 9천300개가 넘는 스마트폰 앱을 폐쇄하기도 했다.
중국 인터넷기업들은 당국의 이러한 검열 칼날을 피하고자 수천 명의 인력을 고용해 자체 검열에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 중 하나로 이용자가 2천500만 명에 달하는 잉커(影客·Inke)는 콘텐츠 검열을 위해 1천200여 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잉커 내에서 가장 큰 부문으로, 회사 전체 인력의 60%를 차지한다.
이들은 정치적인 내용뿐 아니라 야한 옷차림을 한 여성이나 흡연하는 장면, 문신한 모습 등을 담은 콘텐츠를 검열해 그 방영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도 큰 역할을 한다.
예컨대 AI 알고리즘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이 나오는 동영상을 자동으로 걸러내면 검열 담당자가 그 방영 여부를 판단한다. 그 여성이 수영장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동영상은 내보내고, 침실에서 야한 포즈를 취하고 있으면 방영을 금지하는 식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나 성행위, 폭력, 테러리즘, 자해행위 등을 담은 콘텐츠는 강력한 경고나 차단의 대상이 된다.
짧은 동영상, 저속한 농담, 웃음거리 등을 다루는 앱으로 중국에서 2천만 명 이상이 이용했던 네이한돤쯔(內涵段子)는 지난해 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저속한 콘텐츠를 양산한다는 이유로 아예 폐쇄됐다.
이를 운영하던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의 창업자 장이밍(張一鳴)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자사 검열 인력을 기존 6천 명에서 1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다짐해야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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