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노조, 태영에 전면전 "가족회사도 사실상 SBS가 지어줘"
이재규 부회장 부인 소유 '뮤진트리' 고리로 공세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소유-경영 분리 이슈로 태영그룹과 갈등을 겪는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태영이 SBS를 활용해 자산을 불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태영은 SBS 지주회사 격인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을 60% 이상을 보유했다.
언론노조는 9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영건설 CEO가 SBS미디어홀딩스 자회사인 SBS콘텐츠허브를 통해 가족회사를 경영하는 등 거액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 중 하나로 마포구 상수동 요지에 자리한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이 공동으로 수유한 지상 5층짜리 건물(40억원 상당)을 들며, 이 건물에 입주한 뮤진트리라는 회사도 이 부회장 부인인 박모 씨가 대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BS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과 가족회사 소유의 건물이 '사실상 SBS가 지어준 것'이라는 이상한 소문이 오랫동안 떠돈다"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뮤진트리가 2005년 서울뮤직퍼블리싱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이때부터 SBS콘텐츠허브 전신인 SBS프로덕션으로부터 수출하는 SBS 콘텐츠 음악 등을 재가공하는 하청을 독점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뮤진트리는 해마다 10억원 이상 매출을 보장받았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뮤진트리라는 사명은 2008년부터 사용했는데, 2008년은 SBS가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되고 SBS 콘텐츠 유통 기능이 지주회사 아래 SBS콘텐츠허브로 이관되던 시점이다. 2005년부터 2018년 특별감사 직후까지 뮤지트리는 해당 업무를 독점했다.
특감 자료에 따르면 SBS 콘텐츠 허브와 독점 수의 계약을 통해 뮤진트리는 2014년 전체 매출의 85%, 2015년엔 65%, 2016엔 87%를 벌어들였다.
노조는 "불공정 거래를 통해 이 부회장 일가에 엄청난 돈을 몰아준 것"이라며 "적어도 200억원대 안팎의 SBS 콘텐츠 수익이 이 부회장 가족회사로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러한 과정에 태영건설 윤세영 명예회장, 그리고 윤석민 회장의 지원과 묵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법률 검토를 통해 이 부회장에 대한 부당 지원 행위가 공정거래법은 물론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배임과 같은 중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받았다"라며 "태영의 혐의를 공개하고 지상파 방송의 대주주로서 자격이 있는지 근본적으로 물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SBS 노조는 지주회사 체제 종료를 통한 SBS 수익 유출 방지를 주장해왔다. 이후 노사가 지난 2월 수익 유출을 막을 합의문에 동의했지만, 이후 후속 조치 과정에서 태영이 SBS콘텐츠허브와 이사회 인사 등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일어 노조가 비대위를 구성하는 등 다시 갈등이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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