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벌난립' 예고된 내전…8년만에 다시 수렁에 빠진 리비아

입력 2019-04-09 10:47
수정 2019-04-09 15:39
'군벌난립' 예고된 내전…8년만에 다시 수렁에 빠진 리비아

카다피 몰락 후 무장세력 난립하며 사실상 내전 계속

하프타르, 수도 외곽까지 진격해 긴장고조…국제사회 개입여부에 촉각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8년 만에 다시 악화하고 있는 리비아 내전은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몰락 이후 이어진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가 예고해온 상황이다.

갈수록 격렬해지는 내전의 결과는 리비아 정국은 물론 인근 지역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유엔 등 국제사회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언제든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8년 리비아는

리비아에서는 지난 2011년 시민혁명으로 카다피 정권이 몰락한 이후 다수의 무장세력이 난립하면서 사실상 내전 상태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 2015년 유엔 지원으로 구성된 리비아 통합정부(GNA)가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를, 이번 내전을 촉발한 칼리프 하프타르(75) 최고사령관의 리비아국민군(LNA)이 동부를 점령해 국가가 사실상 양분된 상태였다.

[로이터 제공]

국제사회는 그동안 리비아 통합정부와 동부 군벌의 대립을 종식하기 위해 중재 역할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파예즈 알-사라즈 통합정부 총리와 하프타르 LNA 사령관은 작년 5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로 파리에서 만나 연말까지 총선과 대선을 치르기로 합의했지만, 정국 혼란에 선거는 계속 미뤄졌다.

이런 혼란 속에 치솟는 물가와 화폐가치 하락으로 리비아 국민은 도탄에 빠졌고, 잦은 정전과 폭력사태로 고통받았다.

◇ '서진'(西進) 명령 하프타르의 야욕은

LNA에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 명령을 내린 하프타르 사령관은 퇴역 장성 출신으로 수십년간 '산전수전'을 겪은 비(非)이슬람계 인물이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몰락한 카다피 전 국가원수와의 관계는 극과 극을 오갔다.



하프타르 사령관은 카다피가 1969년 국왕 이드리스 1세를 몰아냈을 때 군 간부로 쿠데타에 가담했다. 그러나 차드 주둔군 사령관으로 포로가 된 하프타르의 존재를 카다피가 외면하면서 둘의 관계가 악화했다.

이후 오랜 미국 망명 생활을 한 하프타르는 2011년 시민혁명 당시 반군의 지상군 사령관(중장)으로 리비아에 돌아와 카다피 축출에 앞장섰다.

하프타르는 이후 은퇴했지만 2014년 이슬람 테러세력으로부터 리비아를 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다시 리비아 정국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같은 해 2월 이슬람계가 장악한 의회의 해산을 요구한 데 이어, 5월에는 LNA를 이끌고 동부의 중심도시 벵가지의 이슬람 무장세력 기지를 공격했다.

그가 이끄는 LNA는 2016년 벵가지에서 이슬람 무장단체들을 몰아냈고 동부지역에서 계속 세력을 확장했다.



하프타르가 장악한 지역은 동부 유전(油田) 지대를 비롯해 리비아 영토의 3분의 2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슬람 세력이 중심인 통합정부를 몰아낸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그 이면에는 석유와 관련된 이권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그는 하루 100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중남부의 유전을 확보하고 있지만, LNA가 리비아를 통치하는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해 원유 수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목표는 수도 트리폴리를 수중에 넣고 리비아의 정식 통치세력으로 인정받아 석유 수출을 활성화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 수도 트리폴리 위협하는 하프타르…리비아의 앞날은

LNA 병력은 수도 트리폴리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8일(현지시간)에는 동부 군벌의 전투기가 트리폴리 중심가에서 10㎞밖에 떨어지지 않은 미티가 국제공항을 공습했다고 dap 통신이 전했다.





이번 공격은 통합정부군에게 큰 위협이지만 트리폴리가 쉽게 함락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지난 2011년 시민혁명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북서부 항구도시 미스라타와 자위야 등에서 현지 군벌의 강력한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실제로 자위야의 군벌은 LNA의 공세가 시작된 다음 날인 지난 5일 하프타르 측 전투원 100여명을 포로로 잡은 바 있다.



갈수록 격화하는 리비아의 내전 결과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무슬림형제단에 반대하면서 하프타르 사령관을 지지해왔다.

이집트와 사우디 등이 하프타르 사령관을 지원한다면, LNA의 트리폴리 점령이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터키, 카타르 등 친(親) 무슬림형제단 국가들은 무슬림형제단 측 인사가 주축인 리비아 통합정부를 지지한다.

특히 터키가 하프타르 사령관의 트리폴리 점령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도 리비아 통합정부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LNA의 트리폴리 점령이 현실화하면 난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리비아 내 부족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앞으로 하프타르 사령관의 LNA나 통합정부 가운데 어느 한쪽이 확실한 우위를 잡을 경우 부족들이 강자에 붙으면서 '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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