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칸 대궐 안주인" 터키 퍼스트레이디 '검소한삶' 강조해 입길
야당·소셜미디어 "에미네, 고가품 휘감고 '소비문화' 비판하나"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으리으리한 대통령 관저에 살며 고가품을 휘감고 다니는 터키 대통령 부인이 '검소한 삶'을 촉구해 입길에 올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배우자 에미네는 이달 6일(현지시간) 요르단 사해(死海)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중동·북아프리카회의' 발표자로 나서서 과도한 소비 조장 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터키에서 친환경 정책 지원활동에 적극적인 에미네는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룬 올해 WEF 중동회의에서 터키의 '쓰레기 제로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가능한 한 소박한 삶이 문명화된 삶의 방식이다"고 강조했다.
에미네의 이러한 발표 내용이 터키에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 '어이없다'는 반응이 잇달았다.
터키 야당 '좋은당'(IYI Parti)은 7일 밤 페이스북 계정에 "(에미네는) '낭비하지 않고 겸손하게 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무슬림으로서 필요한 자세'라고 말하고는, 5천달러(약 580만원) 구찌 스카프를 두르고, 5만달러(약 5천800만원)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25만달러(약 2억9천만원) 아우디 자동차를 타고(중략) 1천개 방이 있는 7억달러(약 8천억원)짜리 대궐로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1천개 방이 있는 7억달러짜리 대궐'은 2014년 에르도안 대통령의 호화 신축 관저가 논란이 됐을 때 터키 정치권과 언론에 오르내린 표현이다.
당시 '방 1천개'는 과장된 소문이며 실제 규모는 그에 못 미치는 250∼300개라는 후속 보도도 있었다.
좌파 성향 터키 매체 '솔' 영어판은 7일 "소박한 삶과 소비문화 전환을 역설한 에미네는 벨기에 루이즈거리에서 상점 문을 줄줄이 닫게 하고는 고가품 쇼핑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고 썼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터키에서 소비습관에 관해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Atillarebel), "당신 말을 누가 신경이나 쓴다고!"(Goksu1986), "그가 멘 가방이 21만6천리라(약 4천400만원)짜리였다. 대단히 검소한 가방이겠지"(ggeerdink) 등 '위선적' 행태를 지적하는 글이 이어졌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