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실내 박테리아·균류 "오염"…질병·선체 부식 우려

입력 2019-04-08 16:32
ISS 실내 박테리아·균류 "오염"…질병·선체 부식 우려

미생물 목록 첫 공개, 대부분 인간활동 관련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 상공 약 350~380㎞의 우주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실내가 박테리아와 균류에 오염돼 우주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선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카스투리 벤카테스와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ISS 실내에서 파악한 미생물 목록을 처음으로 오픈 액세스 저널 '미생물군집(Microbiome)'에 공개했다.

이 미생물들은 대부분 인간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상구균(26%)과 판토에아(23%), 간균(桿菌·11%) 등이 가장 많았으며, 면역력이 떨어질 때 병을 일으키는 기회 감염균의 일종으로 콧구멍이나 피부 등에서 발견되는 황색포도상구균과 장내 세균에 속하는 엔테로박터 등도 포함돼 있다.

이런 미생물들은 체육관이나 사무실, 병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발견되는 것들로 ISS 역시 인간이 생활하는 곳이라 비슷한 양상을 보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총 14개월에 걸쳐 ISS 내 창(窓)과 화장실, 체력단련실, 식탁, 숙소 등 8곳에서 샘플을 채취해 전통적인 배양과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방법을 이용해 미생물을 가려냈다.

이들 박테리아와 균류는 ISS를 건설할 때부터 있었거나 우주인 교체 또는 화물선 등을 통해 ISS 실내에 퍼지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에 건설된 ISS에는 지금까지 220명 이상의 우주인이 다녀갔으며 장비와 물품을 공급하기 위한 화물선도 자주 오가고 있다.

연구팀은 기회 감염균이 실제로 우주인에게 병을 일으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ISS 실내에 병을 유발할 수 있는 균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우주 환경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우주에서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지상에서처럼 첨단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일부 미생물은 지구에서 부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장기 우주임무에서 선체의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미생물이 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벤카테스와란 박사는 "이번 연구는 폐쇄된 우주 시스템의 실내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와 균류 목록을 처음으로 제시함으로써 NASA의 심(深)우주 거주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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