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외교관이 본 北외교…"核, 생존 장애 아닌지 자문해야"

입력 2019-04-09 07:00
수정 2019-04-09 08:05
베테랑 외교관이 본 北외교…"核, 생존 장애 아닌지 자문해야"

조병제 前외교원장, 1차 북핵위기 기록 '북한, 생존의 길을 찾아서'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북한은 어떻게 불리한 여건 속에서 체제를 유지하고 핵미사일까지 개발할 수 있었을까.

30년 넘게 외교관으로 일한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이 이른바 '제1차 북핵 위기'의 시기로 불리는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북한 외교의 변화 과정을 추적한 신간 '북한, 생존의 길을 찾아서'를 펴냈다.

조 전 원장은 책에서 이 기간 북한의 대외정책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뤘다면서 "1차 핵위기가 전개된 과정을 단순화해 보면 북한의 위기 조성→미국의 대응→중국의 개입→대화 복원→또 다른 위기 조성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큰 틀에서 보면 1차 핵위기 이후 북한 핵 문제가 사반세기 넘게 전개되어온 양상과도 유사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와 관련, "(북한은) 핵 옵션을 남기면서 미국과 관계개선의 길을 열었다"며 "탈냉전 초기 개혁개방의 길을 포기했기 때문에 북한은 동아시아의 역동적인 경제발전에 참여할 기회를 놓쳤고, 지금까지도 그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원장은 "그때 핵 옵션을 남겼기 때문에 결국 핵무장의 길을 가게 되었고, 그 결과 북한의 고립은 지금까지 심화해 왔다"며 "생존의 기회를 주었던 핵 개발이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생존에 대한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닌지, 북한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 원장은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37년간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하는 동안 대미 외교와 북핵 외교에 깊이 발을 담갔다.

1981년 외교부에 들어간 후 북미국 과장, 북미국 심의관, 북미국장을 거쳐 한미방위비협상정부대표, 한미안보협력대사, 외교부 대변인으로 일했으며, 2017∼2018년 차관급인 국립외교원장을 지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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