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대학살 25주년…대통령 "어두운 역사 반복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르완다 대학살 25주년을 맞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국가 애도의 날'이 시작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7일(현지시간) 폴 카가메 대통령이 25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묻힌 수도 키갈리의 대학살 기념관에 헌화한 것을 비롯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추도시 등이 낭송됐다고 전했다.
카가메 대통령은 어두운 역사는 절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굳건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몸과 정신은 잘려나갔고 그 상처를 견뎌야 하지만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며, 우리는 단결이라는 실로 새로운 태피스트리(장식용 직물 작품)를 짜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제공]
이날 행사에는 르완다 정부 관리와 외국 사절 등 약 2천명이 참석해 르완다 의회에서부터 국립 축구경기장까지 이어지는 '추모의 행진'에 동참했다.
르완다 현지어로 평화를 뜻하는 '아마호로' 국립 축구경기장은 당시 유엔이 수천 명의 투치족을 거리의 학살자로부터 지켜낸 장소다.
해마다 대학살이 시작된 4월 7일이면 카가메 대통령은 대학살 기념관에 놓은 추모 등에 불을 밝힘으로써 100일간 이어지는 국가 애도의 날의 시작을 알린다.
르완다 대학살은 전직 군인과 민병대원으로 구성된 후투 세력이 쥐베날 하비야리마나 대통령을 암살하고 투치족 타도를 외치면서 시작됐다.
후투족과 투치족의 인종갈등은 독일과 벨기에의 식민통치를 거치면서 심화했으며, 대학살 당시 다수의 후투족이 소수의 투치족과 일부 온건파 후투족을 학살해 약 80만명이 희생됐다.
카가메 대통령은 당시 36세의 나이로 투치족 반군 르완다애국전선(RPF)를 이끌고 키갈리에 입성, 100여일간 이어진 학살을 종식하고 권좌에 올랐다.
그는 독재정치로 르완다의 경제성장을 이끌었으며, 공공장소에서 '종족'에 대한 언급을 금하는 등 사회통합에 주력했다.
후투 극단주의자에게 아이가 살해된 앨리스 무카루린다(49) 씨는 가디언에 학살범을 용서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분노는 결코 평화를 줄 수 없다"며 "내 가족을 죽인 사람들이 용서를 구했고 나는 그들을 용서했다. 우리에게는 미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학살 당시 가족 12명을 잃은 장클로드 칼레케지 씨는 "정부는 용서하라고 하지만 침묵하는 가해자가 있고, 무덤 위에 집이 지어지고 있다"며 "다른 사람은 용서할 수 있을지라도 나는 할 수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
지난해 전국 조사에서 25세에서 65세 사이 생존자 중 35%가 정신건강과 관련한 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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