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동물원서 사자·늑대 등 동물 40여 마리 구조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한 동물원에서 동물 40여 마리가 구조됐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이날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포 포즈'(Four Paws·네 발)가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의 '라파 동물원'에서 사자 5마리를 포함해 늑대와 여우, 하이에나 등 동물 43마리를 인근 요르단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송했다고 전했다.
포 포즈 관계자 아미르 칼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군사적 충돌과 열악한 경제 상황 등으로 동물원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로이터 제공]
그는 "많은 동물이 라파 동물원에서 죽어갔다"면서 "가장 주된 문제는 포식 동물이 작은 우리에 갇혀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인 이곳에서는 지난 1월 어린 사자 4마리가 우리 안에서 동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스라엘의 우리 마다르 가자지구 조직·연락부 농업 담당자는 "가자 지구의 민생 문제가 악화하면서 동물들도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동물원의 주인인 파티 주므아는 지난 2014년에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많은 동물이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경제난과 치안 때문에 동물원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동물들을 유지할만한 비용이 부족해졌다고 토로했다.
포 포즈 관계자에 따르면 동물들은 지난달 말 이송될 예정이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군사적 충돌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러나 이후 양측의 협조를 얻어 구조 작업이 진행됐다.
구조된 동물들은 이스라엘 에레즈를 거쳐 요르단으로 이송됐으며, 이 중 사자 두 마리는 남아공으로 옮겨졌다.
마틴 바우어 포 포즈 홍보담당자는 40여 마리의 동물을 한꺼번에 이송한 것은 이 단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 작업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는 약 20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살고 있으나 이들은 이스라엘의 정치·경제적 봉쇄정책으로 전기, 식수 등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상태로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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