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 키르기스스탄 '신부훔치기' 관습 여전…납치후 결혼 요구

입력 2019-04-07 17:18
중앙아 키르기스스탄 '신부훔치기' 관습 여전…납치후 결혼 요구

"납치 건수 연간 1만건 넘어"…현지 정부 징역 10년으로 처벌 강화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 국가 키르기스스탄(키르기스)에서 결혼을 목적으로 어린 여성들을 납치하는 관습이 지금도 이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

현지 정부는 관습 근절을 위해 지난 2013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처벌을 강화했지만,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인테르팍스 통신이 현지 인권단체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키르기스에서 '알라 카추우'로 불리는 신부 납치가 지금도 하루 약 30건이나 이루어지고 있다. 연간 납치 건수는 1만 건을 넘는다.

도시에선 결혼의 약 20% 정도가 여성 납치를 통해 이루어지며 시골에선 그 수치가 60%에 이른다. 매년 키르기스에서 이뤄지는 결혼의 4분의 1이 강제력에 의한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주로 18세 이하 미성년 여성들이 납치 대상이다.



어린 여성을 납치한 청년 쪽 집안에선 결혼에 동의할 때까지 해당 여성을 집안에 가두어 둔다. 납치된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라 카추우 관습은 소련 시절을 거치며 많이 사라졌으나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았다.

현지 여성인권운동가 굴사나 아비토바는 "결혼을 목적으로 미성년 여성들을 납치하는 전통이 키르기스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면서 "때론 여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제 결혼을 시도한 신랑 측이나 피해자 쪽인 신부 집안 쪽 모두 사건을 무마하려 하고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아비토바는 설명했다.

근년 들어 신부 납치와 강제 결혼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면서 관습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5월에는 여성을 납치했다가 경찰서에 끌려간 한 청년이 경찰서 건물 안에서 결혼을 요구하며 상대 여성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나 여론을 들끓게 한 적도 있다.

지난 2013년 신부 납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현지 정부는 별 효과가 없자 올해들어 처벌 수위를 다시 높였다.

기존 7년이던 징역형을 10년으로 늘리고 한화 3천만원이 넘는 20만 솜(현지 화폐단위) 상당의 벌금도 물리기로 했다.

그런데도 전통 관습이 강하게 남아있는 키르기스에서 알라 카추우가 완전히 사라질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권운동가들은 법률적 처벌 강화 외에도 무슬림이 다수인 현지 주민들을 교화하기 위해 종교계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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