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80대 어르신들의 3년 희망 앗아간 도깨비 산불
동해시 기곡경로당 일자리 창출 고사리밭 전소…"허탈할 뿐"
(동해=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3년 동안 아기 키우듯이 정성껏 돌보며 가꾼 고사리밭이 순식간에 숯덩이로 변했어요."
7일 최근 산불로 마을이 잿더미로 변한 강원 동해시 망상동의 한 산기슭을 찾은 기곡경로당 80대 어르신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기곡경로당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어린 고사리를 분양받아 3년에 걸쳐 2천여㎡ 고사리 재배농장을 일구었다.
그동안 어르신 15명은 매일 아침 1시간씩 나와 마치 어린아이를 돌보듯이 정성을 쏟아 고사리를 힘들게 심고 가꾸어왔다.
이들은 고사리밭에서 아침마다 일하며 서로 안부를 살피고, 식사까지 함께하며 소일거리로 삼기도 했다.
특히 3년째인 올해부터는 고사리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500만원가량 소득까지 기대하며 수요일 아침마다 웃으면서 고사리를 꺾어왔다.
하지만 최근 산불은 80대 어르신들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바짝 마른 상태에서 마치 도깨비처럼 날아다닌 불씨는 산기슭 주택뿐만 아니라 고사리밭까지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화마로 일터와 다름없는 고사리밭을 잃어버린 어르신들은 이날 다시 일어나 산불로 주택과 소나무가 타버린 땅을 일구며 옥수수를 심을 준비를 하느라 바쁜 손길을 놀렸다.
권이찬 기곡경로당 사무장은 "농촌 노인 70%가 소득이 없는 상태이다 보니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정성껏 가꾸어왔는데 산불로 이 지경이 돼 허탈하다"며 "고사리밭 주변 타 버린 숲은 우리 생전에 복구될 수 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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