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모델과 결혼후 퇴위 말레이 前국왕, 후계자도 국제결혼

입력 2019-04-07 10:30
러 모델과 결혼후 퇴위 말레이 前국왕, 후계자도 국제결혼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의 술탄 무하맛 5세(50) 전 국왕이 러시아 국적 모델과 결혼한 뒤 전격 퇴위한 데 이어 클란탄주의 왕세제인 그의 동생도 유럽 출신 여성과 국제결혼을 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7일 국영 베르나마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클란탄 왕궁은 왕세제 무하맛 파이즈 페트라(45)가 이달 19일 스웨덴 국적자 소피 루이즈 요한손(33·여)과 결혼식을 올린다고 전날 밝혔다.

결혼식은 가족과 친지 등 300여명이 참석한 채 비공개로 진행되며, 호화롭지 않고 절제된 분위기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클란탄 왕궁 관계자는 "(무하맛 왕세제는) 결혼 축하 선물도 모두 지역내 복지기관과 적신월사 등에 전달해 고아와 노인 등 소외계층을 돕는데 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무하맛 왕세제가 영국에 유학했을 시절 만나 오랫동안 교제하다 결혼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언론은 같은 왕가의 형제가 나란히 유럽 출신 여성과 결혼식을 올리는 상황이 연출된 것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클란탄 주의 술탄인 무하맛 5세는 작년 11월 미스 모스크바 출신 여성 모델 옥사나 보예보디나(26)와 결혼식을 올렸으며 올해초 국왕 직무에 복귀한 직후 전격 퇴위했다.

말레이반도의 9개 주 최고 통치자들이 돌아가면서 5년 임기의 국왕직인 '양 디-페르투안 아공'을 맡는 말레이시아에서 국왕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퇴위한 것은 이것이 첫 사례였다.

말레이시아 왕궁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건강상 이유를 들어 2개월간 병가를 낸 뒤 보예보디나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현지 일각에선 말레이반도의 다른 통치자들이 보예보디나의 왕비 즉위 가능성에 불편한 반응을 보이면서 퇴위를 압박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후 말레이시아 통치자 위원회는 파항주의 알-술탄 압둘라 리'아야투딘 알-무스타파 빌라 샤(60)를 제16대 국왕으로 선출했다.

말레이시아 국왕은 명목상 군 통수권자와 3부 수반이다. 통치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국가의 구심점으로서 국민으로부터 광범위한 존경을 받으며 정치·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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