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서 발굴한 조선 총통, 보물 안된 까닭은

입력 2019-04-07 07:00
서울 한복판서 발굴한 조선 총통, 보물 안된 까닭은

문화재청 "보물 제854호와 유사하나 추가 출토 가능성 있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달 14일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는 2010∼2011년 포시즌스 호텔 서울 자리인 종로구 당주동 28-1번지에서 찾은 세총통(細銃筒) 2점의 보물 지정 여부를 검토했다.

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세총통은 세종 때 적진에 침투하는 정찰병이 편하게 휴대하도록 만든 소형 화기로, 여자나 어린이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한 무기라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1437년 군기감에서 150개를 만들어 평안도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으며, 1965년 6월 고물상 박호병 씨가 수집해 기증했다고 알려진 육군박물관 세총통이 1986년 보물 제854호로 지정됐다.

보물 지정 신청 대상인 세총통 2점은 서울역사박물관 소장품이며, 제작 시기는 15∼16세기로 판단된다. 길이는 각각 13.6㎝, 13.9㎝이며, 총구 지름과 무게는 모두 0.9㎝, 131.8g이다. 재질은 청동이다.

발굴조사 당시 세총통과 함께 사전총통(四箭銃筒) 2점, 신제총통(新製銃筒) 13점 등이 나왔다. 이곳은 조선시대에 육조 거리 배후 지역으로, 관청 부속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세총통 2점은 이미 보물로 지정된 세총통과 형태와 재질이 매우 흡사하고 오랫동안 땅속에 있어서 보존 상태가 좋았으나, 보물 지정 사안에 대한 결론은 부결이었다.

문화재위원들은 세총통들이 지닌 문화재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명문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육군박물관 세총통에는 '장충신'(長忠信)이라는 글자가 있지만, 종로구에서 발견한 세총통에는 별다른 문자가 없다.

조사자 중 한 명은 "세종대 개량한 특수 화기인 세총통 2점은 출토지가 명확하고 화기 발달사 연구 자료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강조한 뒤 "동반된 유물과 함께 보물로 지정할 필요가 있는지, 세총통이 더 발굴될 가능성이 있는데 향후 계속 보물로 지정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조사자도 "희귀한 유물이지만, 제작 시기나 명칭 등이 명문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며 "유물 출토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보물 지정은 잠시 보류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한편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앞서 세총통 성분을 분석했다. 한 점은 구리 74.5%·주석 17.8%·납 5.1%이며, 나머지 한 점은 구리 67.1%·주석 10.9%·납 12.8%로 재질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X선 투과조사에서 도화선 구멍을 확인했고, 내시경 조사를 통해 탄환으로 추정되는 물질과 백색 섬유, 부식물을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