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진단] '경기 보강' 추경 급물살…"4조 이상 9조 이하 전망"
적자국채발행 불가피해 규모 확대 부담…강원산불·포항지진 지원 포함되나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급물살을 타면서 최종 규모와 어디에 사용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른바 '미세먼지 추경'으로 불리지만, 사회간접자본(SOC)과 같이 경기 보강 효과가 직접 나타나는 곳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미세먼지, 수출 등 경기 대응, 일자리 등 3가지에 중점을 두고 추경안을 준비해 4월 하순까지 국회에 제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이러한 추경추진 방향을 결정한 바 있다.
기재부는 이 방침에 따라 각 부처에서 관련 사업 요구를 받아 추경안을 짜는 데 골몰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미세먼지와 관련해 첨단 측정·감시장비 도입,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 등에 중점을 두고 추경안을 짜는 중이다.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청년과 중장년, 노인 등에 대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며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사업을 담을 예정이다.
이번 추경의 방점은 경기 대응에 찍힐 수밖에 없다.
지난달 초 초고농도 미세먼지가 계속되자 이에 대한 긴급대응 차원에서 처음 공론화됐지만, 미세먼지 관련 예산은 1조원 내외가 한계로 평가되고, 더 큰 규모가 경기 대응에 투입될 전망이다. 경기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9% 줄면서 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소비와 투자까지 함께 감소하며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1970년 1월 관련 통계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3월 수출(금액 기준)은 1년 전보다 8.2% 감소하면서 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추경에는 경기 하방 위험을 일찌감치 막을 수 있도록 생산·투자·수출 등을 촉진할 지원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노후SOC 관련 안전투자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부양 효과가 큰 SOC와 같은 인프라에 추경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며 "출산율을 높이는 어린이집이나 수도권 교통 개선 등에 대규모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추경의 최종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체 규모가 커지는 만큼 경기 보강에 더 많은 재정을 쏟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가 올해 목표인 2.6∼2.7% 성장을 달성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의 0.5%가 넘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GDP의 0.5%는 약 9조원이다.
홍 부총리는 추경 규모를 선언적으로 정해놓고 짜지는 않지만, IMF 권고 수준에는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9조원은 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올해 본예산 정부 총지출이 작년보다 9.5% 증가했기 때문에 세계잉여금(총세입액에서 총세출액·국채상환액·이월액을 제외한 금액)만으로 추경을 편성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세계잉여금 자체는 13조2천억원을 기록해 최근 11년 새 가장 많지만, 실제 추경 편성에 사용할 수 있는 액수는 629억원뿐이다.
따라서 적자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 나랏빚이 증가한다는 의미로, 정부 입장에서는 추경 규모를 최대한 줄이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포항지진 피해나 강원도 산불 관련 지원이 추경에 담길 가능성도 추경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 부총리는 포항지진 피해 지원대책을 추경의 일환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원도 산불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복구 예산이 추경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검토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본다면 올해 추경은 적게는 4조원에서 많게는 9조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정식 교수는 "현시점에서 4조∼5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하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예상된다"며 "다만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재정 적자가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되기 때문에 정치적 상황에 따라 최종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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