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올해도 '100년 전통' 기자단 연례만찬 불참 '마이웨이'

입력 2019-04-06 06:43
트럼프 올해도 '100년 전통' 기자단 연례만찬 불참 '마이웨이'

취임 후 3년 연속 별도 지지자 집회서 유세…언론에 "국민의 적"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자신에게 비판적인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로 공격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올해도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불참한다. 대신 대규모 집회를 열어 지지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이 행사는 1924년 캘빈 쿨리지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이래 매년 대통령과 언론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과 지난해에 이어 이번까지 3년 연속 이 행사에 불참, 100년 가까이 이어진 전통을 계속 깨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 만찬은 너무 지루하고 부정적이어서 우리는 그 대신 매우 긍정적인 정치 유세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대한 유세가 될 것"이라며 "출입기자단 만찬은 너무 부정적이다. 나는 긍정적인 것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 유세 장소를 정하진 않았지만 3곳 정도를 놓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는 2017년과 2018년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때에도 불참하고 정치 유세를 열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올해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은 오는 27일 예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언론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의 위엄에 맞서 싸우기 위해 그들의 권한 내에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이 행정부가 첫 2년 동안 다른 어떤 행정부보다 더 많은 일을 해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한다"며 "그들은 진실로 국민의 적이다!"라고 언론을 맹비난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건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피격 사건으로 수술에서 회복하느라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경우 말고는 '트럼프 시대' 전에는 없던 일이다.

현직 대통령이 정치적 농담을 곁들인 연설을 하는 것이 이 행사의 특징이며, 정치인과 할리우드·스포츠 스타 등 각계 명사들도 초청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게스트로 참석한 바 있다.

지난해 연례 만찬에서는 당시 코미디언인 미셸 울프가 면전에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을 원색적으로 조롱한 바 있다.

출입기자단은 올해에는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유명 전기 작가인 론 처노에게 게스트 연설을 맡긴 상태이다. 다만 처노 역시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선동정치가'로 부르며 강하게 반대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코미디언 대신 작가가 연설을 맡게 된데 대해 "사라져가는 전통을 회복하기 위한 바람직한 첫걸음이다. 아마도 내가 가게 될까?"라는 트윗을 남겨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불참키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수십년간 이어져 온 백악관의 전통인 언론인을 위한 송년 크리스마스 파티도 취소하고 폭스뉴스 등 우호적인 언론만 따로 불러 별도 행사를 치른 바 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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