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브라질 우주센터 상업적 이용 협정 놓고 '주권 포기' 논란

입력 2019-04-06 01:10
美-브라질 우주센터 상업적 이용 협정 놓고 '주권 포기' 논란

미국이 사실상 우주센터 통제…야권 "국가 주권에 대한 모욕"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이 자국 우주센터의 상업적 이용을 위해 미국과 체결한 협정을 둘러싸고 브라질 내에서 '주권 포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양국은 지난달 브라질 북동부 지역에 있는 아우칸타라(Alcantara) 우주센터(CLA)의 상업적 이용을 위한 협상을 타결했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에 협정 서명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브라질은 로켓 발사 비용을 절감하고 미국으로부터 우주항공 기술을 이전받는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우주센터의 시설과 기술에 대한 접근이 허용되고 사고 발생 시 브라질 정부의 조사 권한이 제한되는 등의 내용이 협정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형적으로는 우주과학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우주센터를 사실상 미국이 통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기술이전에 대한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도 협정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열리는 국방부 장관과 과학기술부 장관의 하원 청문회에서 상당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며, 협정의 의회 비준 과정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좌파 사회주의자유당(PSOL)의 하원 원내대표인 이반 발렌치 의원은 "모든 상황에서 브라질 정부의 활동을 명백하게 제한하는 협정"이라면서 "이는 국가 주권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은 지난 2000년부터 아우칸타라 우주센터의 상업적 이용을 위한 협상을 미국과 진행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다가 지난해 중반부터 공식적으로 협상을 재개했다.

브라질 정부는 오는 2021년 아우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로켓 발사를 재개할 계획이며, 우주센터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해지면 외국에 로켓 발사 기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연간 1억4천만 헤알(약 410억 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아우칸타라 우주센터는 북동부 마라냥 주의 주도(州都)인 상 루이스에서 400㎞ 떨어진 곳에 있다.

이 우주센터에서는 2003년 8월 브라질 자체 개발 'VLS-1 VO3' 로켓이 발사를 사흘 앞두고 폭발해 발사대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1명의 기술진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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